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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 대리운전 손님이 고등학교 3년 짝꿍이었습니다"

친구를 마주하게 된 A씨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집까지 안전히 잘 데려다주기로 마음먹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즐거운 인생'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토요일인데 그냥 집에서 쉴까" "아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이날도 A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대리운전에 나섰다. 몇 없는 대리운전 요청에 기운이 빠졌지만 그중 하나를 잡아 손님이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이윽고 술집에 도착해 "대리운전 왔습니다"라고 외친 순간, A씨의 얼굴은 새빨개지고 말았다.


A씨를 부른 손님의 정체가 고등학교 3년 내내 짝꿍이었던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1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리운전 손님으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된 한 40대 남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단둘이 힘겹게 살아왔다는 A씨. 그는 지방 소도시에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급식이 없던 시절이라 각자 도시락을 싸 와 먹었는데 가난했던 A씨는 도시락 하나 챙겨 다닐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안 짝꿍은 3년 내내 A씨의 도시락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챙겨줬다. 정말 고마웠지만 A씨는 신세를 갚지 못했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어제, 그 친구는 A씨의 대리운전 손님이 돼 A씨 앞에 서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우리 선희'


그런 친구는 부끄러워하는 A씨에게 "집에 무사히 데려다줘서 고맙다"면서 "집에서 술 한잔 하고 가"라는 다정한 말을 건넸다. 


친구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제안에 응한 A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술 한잔 기울였다. 밤이 새도록 추억을 곱씹고 근황도 나눴다.


그러던 중 40대 중반인 나이에 결혼은커녕 낮에는 공사장에서, 밤에는 대리운전하며 산다는 A씨의 이야기에 친구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참을 울던 친구는 A씨에게 갑자기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A씨는 친구의 제안에 고마웠지만, 섣불리 대답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의 집을 나설 때까지 A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친구는 본인 때문에 일을 더 못하지 않았냐면서 기어이 A씨의 손에 10만원을 쥐여줬다.


위 사연을 털어놓은 A씨는 "이 친구한테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될지...너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세월이 흐른 뒤 연락이 닿은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보험'을 팔거나, 다단계를 제의하고, 사기를 치는 등의 행태가 여전한 세상. 


고등학교 시절 내내 베풀기만 하고 보답도 못받았지만. 끝까지 힘든 상황에 놓인 친구를 위하는 '친구'의 모습은 진짜 우정이란 무엇인지 깨달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