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생인데, '아메리카노 연하게 샷 추가해주세요' 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따뜻한 프라푸치노'와 맞먹는 '연하게, 샷 추가' 주문이 사실은 가능한 주문이었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동네 작은 개인 카페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사장님이 안 계실 때였어요.
젊은 손님이 오셨는데,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연하게 해 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알겠다고 했는데 그 손님이 덧붙이시는 겁니다. '아, 그리고 샷 추가해주시고요'
이게 무슨 말이죠? 프라푸치노에서 얼음을 빼 달란 소리, 캐러멜 마키아토에서 캐러멜 빼 달란 소리 아닙니까"
최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익명의 글을 게재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질문에 대부분 누리꾼은 이렇게 반응했다. "말도 안 되는 주문"
일반적인 누리꾼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커피에 샷을 추가하면 당연히 진해진다.
이때 연하게 타 달라고 하면 물을 더 넣어야 하는데 넘치는 커피를 다른 컵에 나누어 담아야 한다. 즉 한 잔 값에 두 잔을 먹으려는 손님의 주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을 전문 바리스타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의 생각은 달랐다.
글을 접한 누리꾼 A씨는 "커피는 추출할 때 먼저 나오는 것과 후에 나오는 것의 맛이 다르다. 또 추출 시간을 길게 뽑느냐 짧게 뽑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보통 나중에 추출되는 커피가 쓴맛이 더 강하다. A씨는 "글 속 손님이 커피를 연하게 달라는 건 바로 추출물 뒷부분을 빼 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커피 추출물 중 앞부분만 사용해 연하게 만들고 여기에 샷을 추가한 커피, 또는 단시간에 추출해 부드러운 맛을 살린 커피를 주문했으리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마시면 커피 특유의 쓴맛 대신 부드러운 신맛과 단맛, 그리고 향을 더욱 많이 느낄 수 있다.
커피 추출 시간을 짧게 해서 뽑는 이 부드러운 맛의 커피를 전문 용어로 리스트레토(Ristretto) 샷이라고 한다. 리스트레토는 이탈리아어로 '짧다'는 뜻이다.
A씨는 "나도 커피를 오랜만에 마실 때 저렇게 먹는다. 아메리카노 연하게 해 샷 추가해서"라고 덧붙였다.
전문 바리스타가 아닐 카페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운 주문일 리스트레토.
과연 어떤 맛의 커피인지 설명만 들어도 호기심이 이는 가운데,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중 리스트레토 샷을 취급하는 곳은 스타벅스와 할리스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