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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호텔의 무엇이 '정용진 절친' 김범수를 6개월 만에 아웃 시켰나"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가 레스케이프호텔 총지배인 부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인사이트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가 레스케이프호텔 총지배인 부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호텔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호텔 총지배인이 돼 업계를 놀라게 했던 그가 '최단 기간 총지배인'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남자'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김 상무.


그는 도대체 뭣 때문에 부임 6개월 만에 총지배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을까.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요란한 팡파르에도 썰렁했던 소비자 반응


레스케이프호텔은 정 부회장의 야심작이자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다.


그룹의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만든 호텔인 만큼 업계와 소비자들이 거는 기대감은 매우 높았고, 레스케이프호텔은 이에 부응하듯 오픈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하지만 7월 19일, 막상 뚜껑이 열리자 레스케이프호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객실 점유율이 낮아도 너무 낮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레스케이프호텔 개장 초기 평균 객실 점유율은 30% 미만이었다.


특히 안 유명한 호텔도 객실 점유율이 올라간다는 여름 성수기(7월말~8월초) 때도 30% 미만에 머물렀고, 평일에도 10% 미만이었다. 오픈 전 터트린 팡파르에 비하면 확실히 초라한 성적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 정도면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고, 이에 대해 신세계호텔 측은 "오픈 초기보다는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객실 점유율이 극도로 낮았던 이유는 4성급 호텔치곤 '비싼 가격'이었다.


레스케이프호텔은 부티크 호텔을 표방했지만 객실 수가 200개가 넘었고 이 중 스위트룸의 비중은 40%에 달했다.


때문에 평균 객실 요금은 '30만원~40만원대'에 달했다. 이는 5성급 호텔과 맞먹는 평균 객실 요금이었다.


소비자들도 이 부분에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분명 4성급 호텔인데, 5성급 호텔과 맞먹는 객실 요금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부담이었다.


레스케이프호텔도 이를 의식한 듯 오픈 한 달 만에 30만원대였던 '디럭스룸 미니' 객실료를 20만원대로, 4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했던 주력 객실 '아뜰리에'를 30만원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미 차가워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란 쉽지 않았고, 오픈 초기보다 높아졌다는 객실 점유율은 현재 4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 기업이 버젓이 불법 자행"…숱한 논란 자초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여기에 외국인 바텐더 불법 고용, 칵테일 잔 불법 반입, 자위기구 비치 등 각종 논란이 레스케이프호텔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외국인 바텐더 불법 고용, 칵테일 잔 불법 반입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신세계그룹이라는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


이에 대해 레스케이프호텔 측은 "이 같은 위법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떨어진 브랜드 신뢰도를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3분기 영업손실 52억원…모기업까지 허덕이게 만든 실적 부진


이처럼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차가운 반응과 각종 논란들은 레스케이프호텔의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레스케이프호텔은 2018년 3분기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는 모기업인 신세계조선호텔의 적자 전환(3분기 영업손실 39억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독자 호텔 브랜드를 구축해 본격적인 호텔 사업 확장에 나선 정 부회장의 첫 걸음부터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신세계조선호텔은 첫 독자 호텔 브랜드인 레스케이프호텔을 시작으로 5년 내 5개 이상의 독자 호텔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적자 전환으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고, 김 대표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6개월 만에 총지배인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뉴스1


"김범수만의 책임인가"


이번 인사를 두고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신세계조선호텔이 호텔업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식음기획 부문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김 상무가 그간 겸직을 하고 있었던 만큼 식음기획 부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레스케이프호텔의 실적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레스케이프호텔의 실적 부진과 이번 인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 어떤 기업보다 '성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신세계그룹이 레스케이프호텔의 실적 부진, 즉 김 상무의 부진을 눈감아 줄리 만무하다는 게 그 이유.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또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과연 김 상무 혼자만의 책임인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호텔 사업을 키우겠다면서 레스케이프호텔을 밀어붙인 정 부회장은 잘못은 없냐는 것이다.


업계는 레스케이프호텔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위치'를 꼽는다.


'프랑스풍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는 레스케이프호텔은 남대문 시장 옆에 위치해 있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문제는 현재의 위치 선정 과정에서 분명 정 부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과 남대문 시장의 조화. 남대문 시장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면서 "다른 업계 관계자들도 신세계그룹이 왜 남대문 시장 옆에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도전적인 호텔 콘셉트도 실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풍 럭셔리를 강조하는 레스케이프호텔은 화려한 인테리어에 대해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


인사이트사진 제공 = 레스케이프 호텔


또한 특급 호텔이지만 수영장, 뷔페 등 부대 시설이 부족해 가성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정 부회장의 실험 정신이 너무 과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호텔은 신규 호텔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오픈한 지 약 6개월 만에 수장을 바꾸게 된 레스케이프호텔.


김 상무는 물러났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레스케이프호텔을 향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런 상황의 레스케이프호텔을 누가 맡고, 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후임 총지배인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가 아닌 후속 인사에서 결정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