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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복수한다"며 여의도공원서 차로 사람들 치어죽인 스무살 시각장애인

1991년 10월 19일 발생한 여의도광장 살인질주 사건의 범인은 스무 살 시각장애인 청년이었다.

인사이트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27년 전 오늘. 1991년 10월 19일은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이날 오후, 지금은 여의도공원이라고 부르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수법은 단순했다. 광장에 승용차를 몰고 들어와 시속 120km의 속도로 전력 질주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치어 죽였다.


주말을 맞아 소박한 나들이를 즐기고 있던 시민 중 2명이 즉사했고 21명이 차에 치이거나 깔려 중상을 입었다.


붙잡힌 범인은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스무 살 시각장애인 청년이었다.


인사이트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스무 살 김용제는 어릴 때부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어머니는 5살 때 집을 나갔고, 형에겐 정신병이 있었다. 몇 년 후엔 아버지가 자살했다.


장애와 소극적인 성격으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다 간신히 초등학교만 졸업한 김용제는 이후 각종 공장, 세차장, 중국집을 전전하며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간신히 직장을 구하면 장애 때문에 곧 쫓겨나기 일쑤였고, 급여 또한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자신의 삶이 이토록 비참한 데 분노를 느낀 김용제는 결국 복수를 결심한다. 세상을 향한 복수였다. 그렇게 훔친 차로 범행을 저지른다. 과자를 사 먹을 돈도 없어 사흘을 내리 굶은 뒤였다.


김용제는 범행 직후 검거됐다. 장애가 있는 데다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제압되기는 쉬웠다. 


인사이트당시 언론 보도 / MBC '뉴스데스크'


검거된 김용제는 "죽고 싶었다. 사람들이 싫었다"라고 진술했다. 실제 범행 차량 안에는 '오늘 세상을 하직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이후 사형이 확정된 김용제는 사건 6년이 지난 1997년 12월 30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수였다.


"죽고 싶었다"던 김용제는 교도소에 들어가서야 생애 처음 누군가의 보살핌을 맛봤다. 


사형 집행 전, 김용제는 자리에 참관한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죄한 뒤 자신을 돌보아 온 수녀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인간 대접을 해주신 것에 감사드려요. 짧으나마 인간답게 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