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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계산대 때문에 햄버거집 알바하다가 해고 당했습니다"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무인 계산대'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인사이트버거킹에서 무인 계산대로 주문하는 학생들 / 사진 = 인사이트 


무인 계산대에 자리 뺏기는 알바생들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민호 씨(22세, 가명)는 지방에서 홀로 상경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는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이 어느 정도 손에 익고 동료 알바생들과도 친해질 무렵, 민호 씨는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점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낀 점주는 결국 '무인 계산대'를 사들이기로 했다며 일부 알바생을 그만두게 했다. 


민호 씨는 자신처럼 당장의 생활비가 급했던 동료의 해고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또 한편으로는 그다음 차례가 자신이 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졌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패스트푸드 업체에 빠르게 도입 중인 무인 계산대


이러한 해고는 민호 씨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업체를 중심으로 '무인 계산대'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알바생들이 점차 일자리를 잃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니즈가 있을 때 무인 계산대를 주문하는데 최근들어 그 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사실 매장 입장에서는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주문 담당 직원의 부담이 완화된다는 장점이 있으니 도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 


고객 입장에서도 무인 계산대가 손에 익기만 한다면 편의성과 신속성 면에서 장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기계의 발달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 또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시대의 흐름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점주들이 시간을 더 두지 못하고 '떠밀리듯'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다는 데에 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롯데리아 매장.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무인 계산대 도입의 기폭제 된 최저임금 인상


사실 무인 계산대가 급증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최저임금 인상' 탓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7,530원까지 껑충 뛰었다. 


심지어 내년 법정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10.9%가 더 오른 8,350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2년 동안의 인상률이 무려 29%에 이른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기업 및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은 곧바로 '알바생'에게 직격탄이 돼 날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무인 계산대의 가격은 대당 400만~600만원 선이다. 한 대를 설치하면 알바생 최소 1.5명을 줄일 수 있으며, 대략 월 300만원의 인건비가 절감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절약' 카드를 내밀어야 하는 고용주에게 무인 계산대는 선택이 아닌 하나의 '생존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대적으로 알바생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무인계산대가 공격적으로 늘고 사람이 하나둘씩 '잘려나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사이트뉴스1


'메뚜기 알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등장


사정이 이렇다보니 알바생의 설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 요즘엔 청년들 사이에서는 '메뚜기 알바'라는 슬픈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15시간 미만으로 근무 시간을 쪼개는 탓에 알바생들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건 좋지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노동해야 하기에 몸과 정신이 더욱 고될 수밖에 없다.


알바생 고용 시간을 줄이고 무인 계산대를 들여놔야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고용주나, '메뚜기 알바'를 뛰며 고군분투하는 알바생이나 삶이 더욱 팍팍해진 것만은 분명한 현실이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알바생들의 고민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113만 3,000명이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올해 들어 8월까지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월평균 14만 9,000명, 같은 기간 구직단념자는 월평균 51만명에 달한다.


청년층을 포함한 서민들이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울부짖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소득 주도 성장'은 그야말로 말 뿐인 허상이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을 급격하게 추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갔다. 최저임금 대란으로 알바생의 실업만 남긴 채 말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대학생들이 기계에 자리를 뺏겨 알바조차 찾기 어려워하는 상황은 문 정부가 '진짜로' 원한 '삶의 질'이 아닐 것이다.  


인사이트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탁상행정' 부작용 인지하고 개선책 찾아야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짤 땐 정교한 설계와 예측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단순히 소득을 높여서 당장의 주머니를 불려주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것이 점점 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연 정부는 '탁상행정'으로 인한 작금의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서민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