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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빽'만 믿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사과 안 하는 SK케미칼·애경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가 숱한 피해자를 낳았는데도 환경부의 무능 탓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인사이트

'2018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대회'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김은경 환경부장관(사진 맨 왼쪽) / 뉴스1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2011년 8월 3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 추산 30만~40만 명이 피해를 입은 대한민국 최악의 환경 참사였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지났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옥시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외 제조 및 유통업체 20여 곳이 직접 배상을 꺼리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옥시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메이트'의 제조사 SK케미칼과 판매사 애경산업은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배짱 뒤에는 가습기 메이트 사용자의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물증'을 찾지 못한 환경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자리하고 있다. 


인사이트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 / 뉴스1


환경부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 옥시류 제품에는 '폐섬유화'를 일으킨다고 증명된 PHMG가 있었지만, 가습기 메이트에 있는 CMIT, MIT는 폐섬유화와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폐섬유화'를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주요 인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폐섬유화를 제외한 다른 증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판단 및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가습기 메이트와 관련한 '단독 판정 기준'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사이트뉴스1


가습기 메이트만 10년 동안 단독 사용한 60대 곽모 씨의 경우 기관지 폐렴을 앓고 있음에도 단지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경부로부터 '피해 가능성 거의 없음'에 해당하는 4단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피해자 곽씨는 자신이 받은 판정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가습기 메이트와 화학 성분이 전혀 다른 '옥시류' 제품을 기준으로 내린 '잘못된 판정'이었기 때문이다. 


곽씨는 2016년 10월부터 환경부에 "가습기 메이트류와 옥시류는 화학성분이 아예 다르니 가습기 메이트류 제품과 관련한 '단독 판정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었다.


인사이트뉴스1


살균제 사용이 확실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코호트'(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를 만들어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로 판정 기준을 만드는 게 해외에서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피해자들의 호소와 주장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동물실험 결과 SK케미칼·애경산업의 제품에 들어있던 CMIT, MIT가 폐섬유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 증상과의 직접적 연관 관계가 없다"는 발표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단독 판정 기준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여타의 다양한 피해 증상들과 가습기 메이트 간 인과관계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곽씨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인사이트뉴스1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CMIT 단독 사용자들만 따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용자만의 특정 질병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검찰에서는 환경부가 명확한 실험 결과를 가져오면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다시 조사하겠다고 말하는데 우리도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가습기 메이트 단독 판정 기준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가습기 살균제 종류가 많은데 전부 다 단독 판정 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며 "대신 역학조사와 임상실험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피해 인정 질환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환경부


환경부는 계속 기다리라고 말하지만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7년을 기다렸다. 


CMIT의 인체 유해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규명하지 못하는 환경부만 바라보면서 말이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도 새롭게 취임했다. 그러나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것은 거의 없다. 


환경부는 현재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할 가습기 메이트 사용자의 정확한 사망자 수조차 비공개 사항이라며 쉬쉬하고 있다. 


인사이트김은경 환경부 장관 / 뉴스1


정부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가 사실상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를 빚어낸 주 원인 중 하나인데도 어째서 제자리걸음인지 속 터질 노릇이다. 


아울러 이들의 무능함과 무기력함 뒤에 숨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버티는 SK케미칼과 애경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도의적 책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다운 태도인지 묻고 싶다. 


환경부의 탁상행정, SK케미칼과 애경의 '나 몰라라'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무런 죄 없는 피해자들만 어제보다 오늘 더 지쳐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