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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놀러 가면 거꾸로 세워진 '이 동상'에 꼭 침을 뱉고 오자

우리나라에 유일한 '거꾸로' 세워진 동상이 남산에 있는데, 그 동상은 응당 그래야 마땅할 만큼 치욕의 역사가 담긴 상징물이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관광명소, 데이트코스를 꼽으라면 대부분 '남산'을 떠올린다.


점차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남산 주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남산에 놀러 갈 때 방문하면 좋은 곳을 추천하겠다. 바로 '조선통감부 관저' 옛터다.


사실 방문하면 '좋은'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반드시 가봐야 하는, 치욕의 역사가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거꾸로' 세워진 동상이 하나 있다.


동상이 거꾸로 세워졌다고? 의아할 것이다. 그런데 그 동상은, 응당 거꾸로 세워져 있어야 한다. 아니, 감히 침을 뱉으라고 말하고 싶다.


인사이트서울시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긴 동상일까. 시계를 108년 전으로 돌려보자.


"짐은 한국 황제 폐하와 더불어 이 사태를 보고 한국을 들어서 일본 제국에 병합하여 이로써 시세의 요구에 응함이 부득이한 것이 있음을 생각하여 이에 영구히 한국을 제국에 병합케 한다"


지난 1910년 8월 29일, 일왕 히로히토(裕仁)의 조서였다.


역사는 이날을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기록했고, 조선은 그렇게 나라를 잃었다.


사실 조선의 친일파들과 일본 관료들은 조선을 일본에 넘기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였다.


실제로는 같은 해 오늘인 8월 22일, 한일 병합 조약이 체결됐으며 일본 측은 이를 일주일 동안 발표를 하지 않다가 8월 29일 순종황제의 조칙 형태로 공표하도록 강요했다.


인사이트이완용 /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미 일본은 조선을 사실상 집어삼켰지만 대의명분을 찾고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일종의 '그림'이었다.


당시 한일 병합 조약은 역사상 최악의 친일파라고 불리는 내각 총리 대신 이완용, 통감 자작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内 正毅)가 만나 체결했다.


그 배후에는 조선 침략과 국권피탈을 주도한 일본인이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일본의 외교관이었던 하야시 곤스케(林權助)다.


하야시 곤스케는 지난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서며 남작 작위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여기서 끝이겠는가. 한일의정서, 그리고 한일 병합 조약 체결에 깊숙이 관여하며 조선을 쥐락펴락하려고 했다.


결국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조선인들은 나라를 잃은 슬픔에 통곡했다. 그러나 하야시 곤스케는 쾌거를 부르며 축배를 들었을 터.


우리 민족에게 그런 하야시 곤스케는 민족의 원흉이자 조선침탈의 상징이었다.


인사이트한일 병합 조약 조인서 / 한국학중앙연구원


일본 정부는 그런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남산에 있던 조선통감부 관저 앞뜰에 동상을 세웠다.


'남작 하야시 곤스케 군상'. 동상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자리였다.


하지만 일본의 알량한 자존심과 광기는 원자폭탄 두 방에 꺾이고 말았다. 일본은 패망했고, 우리는 광복을 맞이했다.


조선인들은 기쁨에 춤을 추면서 가장 먼저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으로 달려갔다. 민족의 원흉을 가만둘 수는 없는 법. 동상을 파괴해 흔적조차 없애버렸다.


이후 시간이 흘러 그의 존재가 잊혀져 갈 때쯤이었던 지난 2006년, 서울시 중구 예장동 일대에서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 잔해가 발견됐다.


인사이트하야시 곤스케 / 위키백과


서울시는 동상의 잔해를 모아 표석을 만들었고, 동상에 쓰여 있던 '남작 하야시 곤스케 군상'을 거꾸로 표기했다.


국가적인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동상을 거꾸로 세웠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단 하나뿐인 '거꾸로 동상'에는 바로 이런 사연이 담겨 있던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우리나라를 집어삼키고, 우리 민족의 피를 빨아먹었던 원흉. '거꾸로 동상'은 그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후대의 다짐과도 같다.


혹여나 이 동상을 본다면 침을 뱉어주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