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남자'가 되겠다며 해병대에 간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된 날입니다"
"오늘은 '진짜 남자'가 되겠다며 해병대에 간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된 날입니다"
입력 2018.07.04 22:53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남자가 태어나서 한 번 가는 군대, 가도 제대로 가야지!"


아들은 군대에 갈 나이가 되기도 전부터 이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군대, 보내지 않을 수만 있다면 보내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보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던 A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했다.


TV에서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힘이 없다는 사실을 자책하는 A씨의 마음을 알았던 탓일까. 아들은 자신 있게 '해병대'에 지원하며 '남자, 남자'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아들은 해병대에 갔고, 전화할 때면 "힘들지만, 나는 해병대가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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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들이 군대에서도 의젓하게 잘 지낸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다. 전역하고 나면 최신 스마트폰도 하나 사주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오게끔 용돈도 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병대 간부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떨리는 목소리는 도통 알아듣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


"아드님이, 죽었습니다"라는 말이었다. 이때껏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듣는다는 생각조차 못 했던 말이 들려오자 A씨는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진짜로 아들은 죽었다. 그것도 누군가의 '총'에 조준사격을 당해서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사건 피해자의 부모가 겪었을 법한 일에 개연성을 넣어 풀어낸 것이다.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꼬박 7년 전인 2011년 7월 4일, 대한민국 강화군 제2해병사단에서는 '총기 조준사격 살인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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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상병은 이날 동료 해병 4명을 총으로 직접 조준해 살해했다. 당시에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명명됐지만, 실제 김 상병은 평소 앙심을 가지고 있던 동료 해병대원을 한명 한명 차례로 조준 사격해 살해했다.


전역을 9개월 앞둔 김 상병은 오전 7시 30분쯤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며, 10시 30분쯤 한 후임에게 "XXX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1시간이 조금 안 되게 지난 오전 11시 20분께 부대 상황실 간이탄약고에서 K-2 소총 1정과 실탄 75발,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이 담긴 탄통을 미리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상병 1명과 하사 1명을 죽였다. 이후 제2생활관으로 들어가 "죽이고 싶다"고 말했던 스무살 해병을 살해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고 있던 한 명의 심장에 총을 쏘았다.


당시 이제 막 이병이 됐던 해병 한 명이 유일하게 김 상병을 방어했고, 고환 한쪽을 잃으며 그의 '살인'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른 해병들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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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병의 아버지는 "겨우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후임들의 입에 마구 과자를 넣는 행위를 하다니, 한심하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한 김 상병은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지만, 죽지 못했다. 이날 낮 12시 15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김 상병이 해병대의 악습 중 하나인 '기수 열외'를 당해 총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후임들이 선임을 무시하고, 왕따시키는 문화를 말한다.


국민들은 '왕따'라는 악랄한 행위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는 했지만,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누군가의 분노로 인해 싸늘한 주검으로 자식을 맞이해야 하는 부모의 애끓는 마음에 더욱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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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상병에게 실제 정신과적 질환이 있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그는 입대 전 실시한 인성검사 테스트에서 무려 7가지나 되는 정신과적 문제가 발견됐었다.


문제가 없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특혜를 베풀어 군 면제 혹은 사회복무요원 자격을 주면서 정작 면제가 필요한 이들은 대충 입대시킨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신 질환은 질환이고, 살인은 살인이라는 반응 속에 진행된 재판에서 김 상병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너무 형량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대법원은 징역 10년을 확정했고, 김 상병은 교도소에 수감됐다.


당시 정부인 이명박 정부는 사망한 군인 4명을 1계급 특진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왕따를 시켰다는, 확증되지 않은 문제에 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망한 이들의 억울한 마음은 해결되지 않았다. 부모들의 애끓는 마음도 풀리지 않았다. 가해자는 3년 뒤면 세상에 다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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