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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자신의 목숨을 바친 '현실 세계' 히어로 소방관

망토도, 초능력도 없지만 맨 몸으로 어둠을 뚫고 달리는 용기 있는 인간 영웅들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수퍼맨 리턴즈'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우리가 영화 속 히어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는 더 이상 '영웅'이라 부를만한 위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초인도, 모습을 바꾸는 마법사도 아니지만 우리 곁에는 늘 영웅이 함께하고 있었다.


19년 전인 1996년 3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걸려온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파트 지하에서 LPG 가스탱크를 해체하던 가스공사 직원이 잔여 가스에 질식돼 쓰러졌다는 신고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10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좁고 긴, 칠흑같이 어두운 가스탱크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가스탱크 안에는 질식해 쓰러진 가스공사 직원이 있었다.


정신을 잃은 직원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려던 소방관은 잠시 동안 망설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신이 쓰고 있던 산소 마스크를 벗어 직원에게 씌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직 탱크를 채우고 있는 LPG 가스. 산소 마스크를 벗어던진 소방관은 직원을 업고 필사적으로 밖으로 기어나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마침내 맨홀 근처에 다다른 소방관은 마지막 힘을 짜내 직원을 맨홀 뚜껑 위로 밀어올렸다. 그러나 자신은 가스에 질식된 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요구조자를 먼저 구한 동료 소방관들은 황급히 쓰러진 소방관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20분 뒤, 소방관은 숨을 거뒀다. 이 때 그의 나이 35세, 소방관으로 근무한 지 4년 3개월이 되던 해였다.


가스로 가득한 탱크 안에서 하나뿐인 산소 마스크를 요구조자에게 건네고 유해가스에 질식해 숨진 이 소방관은 '박재석' 소방사다.


인사이트박재석 소방사 / 순직소방관추모관


사랑하는 아내(33)와 두 살배기 딸이 있던 박재석 소방사는 한 생명을 구하고 떠났지만 그의 순직 이후 소방관들에게 지급되는 산소 호흡기는 신형 호흡기로 교체됐다.


그의 희생이 수많은 후배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기폭제가 된 것이다.


'영웅은 보통 사람보다 5분정도 더 오래 용기를 지속시킬 뿐이다'는 말이 있다.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히어로는 없지만 우리 주위에는 남들보다 큰 용기를 가진, 두려움을 뚫고 어둠 속을 달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