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기억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 아픔을 버스 광고로 내건 공주고 학생들
아픈 역사 기억하기 위해 '위안부' 할머니 아픔을 버스 광고로 내건 공주고 학생들
2018.04.10 17:47

인사이트사진제공 = 공주고등학교


[인사이트] 진민경 기자 = "잊으면 지는 거니께"


충남 공주시 100번 시내버스 광고판에 붙은 이 말이 많은 시민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있다.


해당 문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대사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버스 광고를 기획한 이들이 공주고등학교 학생인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공주고등학교


10일 공주고등학교 백경자(48) 교사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 교사에 따르면 버스 광고를 낸 학생들은 지난해 1학년 2학기 '빛깔 있는 학급별 창의 주제 활동'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여러 아이디어 중 버스광고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구체적인 목표는 섰는데, 문제는 비용이었다. 이때 학생들에게 돌파구가 되어준 것이 바자회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공주고등학교


학생들은 그해 10월 교직원과 학생들로부터 책, 옷, 학용품 등 쓰지 않는 물건 200여 점을 기부받았다.


한 달 뒤 벼룩시장을 열었고, 처음 예상했던 액수보다 훨씬 많은 6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학생들은 이 돈으로 위안부 배지 400개를 샀고, 벼룩시장에 물건을 기부한 학생과 교사 등에게 200개를 선물했다.


그리고 남은 배지 200개 중 100개는 교내에서, 나머지 100개는 인근에 있는 공주사대부고까지 가서 판매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공주고등학교


판매 수익금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에 쓰일 거라는 말에 많은 학생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배지는 순식간에 동났다.


배지를 '완판' 시키고 남은 수익금은 38만원. 몇 개월 간의 고생 끝에 번 돈이지만 사실상 버스 광고비로 턱없이 모자란 액수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내버스 광고대행사로 직접 찾아가 사정을 털어놨고 딱 한 달 만이라도 광고를 걸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의 설명을 들은 광고대행사 김강철(50) 대표가 이들을 지원했다. 애초 계약 기간인 한 달을 넘어 일 년 동안 해당 문구를 버스에 붙여두기로 약속했다.


인사이트사진제공 = 공주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광고판은 오늘도 100번 시내버스와 함께 공주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 우연히 그곳에 시선을 던진 사람 모두에게 이 노란색 광고가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길 학생들은 바라고 있다.


광고판에 적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해요, 우리!"라는 말처럼 말이다.


백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버스광고 외에 후속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민경 기자 minky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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