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준비한 공시를 그만두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4년 준비한 공시를 그만두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2018.04.10 17:59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엄마 주름이 너무 많아져서 더는 안 되겠더라"


'꿈 같은 4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 7일 공시생 A씨는 술에 거나하게 취해 옥상으로 향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A씨는 4년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휴짓조각에 가까워진 책과 들어가기도 싫은 퀴퀴한 방뿐이었다.


냉혹한 현실이었다. A씨는 일요일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며, 고시원 옆 방에 사는 순경 친구를 보며 이처럼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그래서 A씨는 꿈을 접고 '사람답게' 살기로 결심했다. 시골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더 이상 혼자 둘 수도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하니 "그래 한 번 해보라"며 차표를 끊어주시던 어머니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어머니에게 '걱정말라'고 전화하던 게 엊그제 같았다는 A씨. 그는 이제 어머니에게 내려간다는 전화를 해야 한다.


그는 학원 가는 길에 보이던 장수생들을 손가락질하고 자습실에서 마지막으로 퇴근하면서 스스로 합격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3년 차 시험까지 떨어진 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응시했던 올해 시험에서 그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A씨는 여전히 "1년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 올라온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그러나 그는 이제 그 마음이 유혹이고 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눈에 띄게 늘어난 어머니의 주름살은 A씨를 죄스럽게 했다. 시험 몇 달 전 찾은 고향에서 본 어머니는 이미 많이 늙어있었다.


그는 "안 되는 것 붙잡고 고생하는 아들 걱정 때문인가 싶었다"며 "내가 여기서 3년이나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더라"라고 전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 A씨는 "그만두겠다"고 했다. 처음 노량진역에 내렸을 때 느꼈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버리기로 했다.


A씨는 이제 고향에 내려가 취직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그는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이만 놓는 때인 것 같다"며 "다른 사람들은 합격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기고 글을 맺었다.


가슴 저미는 A씨의 사연은 최근 많은 누리꾼을 눈물짓게 했다.


한 누리꾼은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 투성이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가 보여준 노력과 판단력, 결단력을 보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것 같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이제 A씨는 시골로 내려가 새로운 미래를 꿈꿀 것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의 앞길에 따스한 빛이 비치길 바라본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