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발 걸려 넘어진 친구 '기분 나쁘다'며 때려 숨지게 한 중학생
자기 발 걸려 넘어진 친구 '기분 나쁘다'며 때려 숨지게 한 중학생
2018.03.13 17:55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응징자'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2011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 한 명이 친구에게 무차별적으로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처참했던 폭력의 현장에는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7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지난달 22일 EBS 다큐멘터리 '지식채널e'는 청주 중학생 폭행사건을 재조명하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학교폭력 방관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7년 전 12월 19일 오후 3시께 중학생 김모 군은 학교 강당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때 김군은 바닥에 앉아있던 강모 군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강군은 "기분이 나쁘다"며 갑자기 김군의 가슴을 수차례 폭행했고, 결국 김군은 숨을 거뒀다.


국과수 부검 결과 김군의 사인은 폭행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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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EBS '지식채널e'


친구가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이날, 비극으로 물든 현장에는 7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다. 


목격자들은 경찰조사에서 "장난인 줄 알았다", "내가 때린 건 아니다", "아무것도 못 봤다" 등의 진술을 했다.


이들 모두 직접 폭행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또래 괴롭힘 상황에서 어떤 개입도 하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는 가해 행동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방관자 역시 학교 폭력의 공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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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EBS '지식채널e'


하지만 또래 집단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같이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고자질쟁이가 되는 게 싫어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서" 등의 이유로 학교폭력을 외면하고 있다.


방관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트라우마도 엄청나다. 방관한 아이들은 자조, 자괴감을 느낀다.


학교폭력 방관자의 정신적 트라우마 수준은 지진 현장의 소방관, 경찰, 구급대원보다 평균 3배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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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EBS '지식채널e'


그런데 방관했던 아이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방어자로 바뀌면, 무려 62%의 확률로 피해 학생을 돕는다.


여기에 착안해 핀란드는 학교 내 폭력 방관자가 피해자를 돕도록 하는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키바 코울루는 초·중·고생이 12년간 1년에 20시간씩 왕따에 맞서는 방법을 이수하고, 간접적으로 왕따 경험을 하기 위해 역할극 제작 및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또 학생들은 스스로 왕따에 맞설 수 있는 규약을 수립해 실천한다.


핀란드가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건 '학교 폭력'이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방관자를 포함한 교실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 덕분에 핀란드의 학교 폭력은 67%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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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EBS '지식채널e'


그동안 사회는 피해자와 가해자 안에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관자들에게 그 열쇠가 있다고 본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가해 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줄리 허바드 델라웨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만약 방관자가 피해 학생을 돕는다면 가해 학생은 더 이상 가해 행동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며 방관자에 주목한 대안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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