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왜 여성들은 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두려워해야 하나요?"
"왜 여성들은 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두려워해야 하나요?"
2018.03.06 18:56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연합뉴스, (우)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70%. 경기연구원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불안하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중화장실의 개념은 남녀공용화장실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모든 공중화장실을 포함한다.


여성들은 몰래카메라, 성추행과 성폭행 같은 성범죄 등을 이유로 꼽았다.


"공중화장실을 갈 때마다 꼭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혼자 가기 무서워 친구를 데리고 가는 편이다"


"화장실에 문에 있는 구멍에 휴지를 꼭 끼워 넣는다"


많은 여성이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5월,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녀공용화장실의 공간을 의무적으로 분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남녀 화장실이 분리하는 것만으로는 여성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실제로 남녀공용화장실이 아닌 일반 공중화장실에서도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161건이다.


그중 성폭행, 강제추행 등이 135건으로 공중화장실 범죄 중 무려 83%가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다.


전체 성범죄 3만여 건 중에서 무려 0.5%가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수치가 적어 보이지만, 성폭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거지가 16.5%인 것에 비교하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Daily Mail, (우) gettyimagesbank


여기에 몰래카메라 범죄까지 더해지면 그 피해는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대학교, 카페, 지하철역, 술집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너무도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제주시청과 서울대학교 캠퍼스 내 공중화장실에서도 20대 여성에게 위협을 가하며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이 체포된 바 있다.


이처럼 편의를 위해 설치한 공중화장실이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빈번히 일어나는 '범죄 사각지대'가 되어버렸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포괄적인 예방책을 논의해야 한다.


최근 각 지자체는 공중화장실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인사이트Facebook 'BusanPolice'


그 예로 충북 제천에는 공중화장실 10곳의 출입문에 '안심 거울'을 설치했다. 안심 거울은 누가 화장실에 뒤따라오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기능을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 단체들은 공중화장실에 112 자동 비상벨을 설치했다.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지구대에 연락이 가는 시스템으로, 공중화장실 성범죄 예방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서울대 공대 건설환경공학부 여자 화장실, 충남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공중화장실에는 비명을 감지하면 작동하는 비상 알림 시스템이 구축됐다.


하지만 화장실 내 비상벨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그 비율이 상당히 적은 상태다.


따라서 안전한 공중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현존하는 공중화장실 예방책이 한정적이라는 점에 입각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정책 연구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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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두려워할 만큼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


그들은 우리 사회에 묻는다.


"여성들은 왜 공중화장실 가는 것도 두려워해야 하나요?"


여성들이 이 질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공중화장실 치안 문제가 아니다.


공중화장실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우리 사회 여성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최근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운동'이 큰 지지를 받으며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여성이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상처받은 채 웅크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피해 여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공중화장실을 넘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비로소 여성들이 당당히 외칠 날이 오길 바란다. "미투(Me too)"라고.


심연주 기자 yeonju@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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