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목숨 걸고 나라 지킨 독립운동가 기념사업 지원 예산까지 끊었다"

박근혜 국정원이 국가보훈처를 압박해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의 기념사업회 지원 예산을 중단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력 2018-10-04 12:18:57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국정 농단'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박근혜 정부가 독립운동가 지원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정보원이 국가보훈처에 압력을 행사해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의 예산 지원을 중단토록 했다는 것인데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여론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몽양 여운형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기념사업회는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경기도 양평군의 몽양기념관을 위탁 운영했다. 


양평군과 국가보훈처로부터 예산을 받아 각종 행사도 진행해왔다. 


2013년엔 몽양기념관이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등록되면서 사업회 측은 매년 3천만원에서 5천만원 이상의 '현충시설 활성화 예산'을 지급받았다.


몽양 여운형 선생 / 사진 제공 =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돌연 지급 중단된 시설 예산 보훈처 직원들 "국정원에서 연락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난 2016년 5월, 현충시설 활성화 예산이 돌연 중단됐다.


장원석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당시 보훈처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예산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훈처 직원들이 '사실 국정원이 연락이 왔었다. 여운형 기념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2015년, 몽양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행사를 두고 국정원이 문제를 삼으면서 예산 지원이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프로그램 중 논란이 된 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물로 보는 해방전후사'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진보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마이크를 잡은 이 강연에서는 여운형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좌우 정치 지도자들의 행적을 다뤘는데, 그때 언급된 인물이 이승만, 송진우, 김일성, 박헌영, 김규식 등이었다.


Facebook '몽양역사아카데미' 


"매해 5천만원에 달하던 예산이 1~2천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장 사무국장은 "보훈처 말에 의하면 국정원에서 좌파 정치 지도자들을 다룬 점, 진보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강연한 점을 문제 삼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보훈처는 난감해졌다. 몽양기념관이 현충시설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예산을 끊을 순 없었다.


결국 보훈처는 '현충시설 활성화 예산' 대신 '기념사업회에 대한 예산'으로 항목을 바꿔 여운형 기념사업회를 지원했다.


하지만 5천만원에 달하던 예산은 1~2천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또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기 등 중요 행사를 두고 예산 신청을 했지만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예산 지원 중단된 그해, 위탁운영자까지 바꾼 양평군"새 운영자,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 없는 자격 미달 단체" 


'박근혜 국정원'이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에 개입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은 또 있다.


보훈처 예산 지원이 중단된 그해 12월, 양평군은 몽양기념관의 새 위탁 운영자를 모집하겠다고 공고를 낸다. 당시 양평군은 기념관 운영이 부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장 사무국장은 "보통 기간을 정해서 갱신을 하고 재협약을 하는데, 2016년은 위탁 공모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였다"며 "당시 양평군수와 만나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12월에 갑자기 위탁공모를 냈다"고 주장했다.


새 위탁 운영자로 선정된 단체는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양서면 신원1리 새마을회'였다.


장 사무국장은 "기념관을 운영하려면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단체라는 자격 조건에 맞아야하는데 새마을회도 상명대 협력단도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이들의 사업 실적 서류를 입수했는데 형식적인 하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격 미달인 단체에 기념사업을 맡기면서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며 내일(5일) 서울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이 나온다.


기념사업회 측은 위탁 운영 모집도 '박근혜 국정원' 개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