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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만 '평일 재택근무'가 자유로운 대한민국

문지영 기자 2016.11.23 19:26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문지영 기자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은 '수요일'이었다. 이날 오전 8시 45분경 세월호는 좌초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시간도 더 지나서야 상황을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그것도 '관저'의 집무실, 쉽게 말해 '집' 서재에서. 이미 세월호의 왼쪽 앞머리가 완전히 잠긴 뒤였다.


그 후 오후 5시가 넘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7시간 동안 박 대통령 행방은 묘연하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 시간 동안 대통령이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원래 수요일 오전은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봐야 할 시간이다.


결국 304명의 국민이 차가운 물속에서 마지막 '삶의 희망'을 부르짖을 때 대통령은 태연하게 집에서 서면과 전화로 지시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놀러 온 사람 같다"는 소설가 김진명의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집에 있었다는 황당 해명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재택근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이고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박 대통령은 '재택근무'를 선호했던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측근들은 "박 당선인이 모든 업무를 집에서 한다. 대표 시절에도 그랬듯 집에서 필요한 전화를 하고 자료를 살펴본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초기엔 대통령이 9시에 출근해 6시가 되면 관저로 '칼퇴근'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출퇴근 개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집무실에서든 안방에서든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그럼으로써 국민의 삶의 조금이라도 편해지면 된다.


그래서 대통령의 '재택근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집에서 정말 일을 했느냐의 여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관저에 있을 때면 비서실과 장관급의 대면보고도 잘 받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서면과 이메일, 전화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


지난해 대면보고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당황스럽다는 듯 "대면 보고를 좀 더 늘려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진짜 당황스러운 것은 국민들이다. 


세월호 사태 때도, 메르스 때도, 북한의 지뢰 도발 당시에도 대통령은 '재택근무' 중이었는지 청와대 대응이 늘 한 발 늦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 비상사태들을 모두 서면과 전화로 보고받았다고 한다.


100만 시민이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 모여 하야를 외칠 때에도 청와대의 불은 꺼졌고 이때도 관저에 칩거한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인사이트지난 19일 촛불집회 당시 불 꺼진 청와대 모습 / 연합뉴스


우리 법에는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과 결과는 기록물로 관리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청와대가 기록해야 하는 것이 법적 의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식 업무 시간까지 집에 머문다면 대통령의 행적은 제대로 기록되기 어렵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오갔다는 대통령 서면보고 자료나 음성파일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오전 7시 30분 수석회의를 열고 밤 12시 넘어 관저로 퇴근하는 일이 잦아 주변에서 걱정할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매주 금요일 저녁 관저에서 수석들과 토론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7시 30분마다 수석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브레인스토밍 했다.


절대적인 업무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나랏일'인 대통령 공식 업무는 집에서 메일과 전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참모들과의 토론과 협업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해 "여성으로서 대통령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던 대통령 변호인의 말은 그야말로 '신의 악수(惡手)'일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Facebook 'ghpark.korea'


이렇게 취임 뒤 계속된 재택근무 탓에 박 대통령이 저녁 일정을 잡지 않고 집에서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그녀의 한가한 취미까지 폭로됐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관저에서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수석들과의 대면보고는 안 하면서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허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청와대 관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대통령만 평일 대낮 재택근무가 자유로운 나라. 이 슬픈 땅의 국민들은 대통령 '하야'를 외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는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다섯 번째 촛불 집회가 있을 예정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대면 조사를 요구했다.


이제 박 대통령이 집에서 나와야 할 때다. 나와서 그간의 수많은 과오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기 바란다. 


청와대 관저는 대통령의 놀이터도 은신처도 아니다.


문지영 기자 moonjii@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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