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비리' 누명 쓴 충격으로 기억상실증 걸린 베테랑 소방관

인사이트박두석 / (좌) 연합뉴스, (우) twitter 'pk9700'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3년 전 국정감사에서 76억 예산 낭비 의혹을 축소, 은폐했다는 누명을 쓰고 중징계 처분을 받은 소방관이 '무죄'를 인정받았다.


진실이 밝혀졌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감사 당시 뇌출혈로 쓰러졌고 이후 혈관성 치매 등의 후유증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8일 동아일보는 엉터리 수사 때문에 기억과 명예 모두를 잃은 박두석 전 소방관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두석 씨는 지난해 4월 국민안전처 소방조정관(소방정감)을 끝으로 제복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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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지만 그에게 비극이 찾아온 건 2014년이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소방장비(헬기 등) 구매 실태를 감사하며 76억원 상당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에 고위 간부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당사자로 박씨가 지목됐다.


소방청은 한 직원의 '내부 고발'을 토대로 박씨가 상관의 조사 중단 요구를 받아들여 감찰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무시당했다. 해당 사건이 최대의 '소방 비리' 이슈로 떠오르면서 박씨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훈장을 받은 것이 참작돼 그는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박씨는 2차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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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충격 때문이었을까. 같은 해 11월 박씨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후 박씨는 1년 6개월간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고, 그사이 병상에 누운 박씨를 대신해 가족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가족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1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그런데 올해 1월 11일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 과거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감찰이 한 직원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박씨에게 징계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소방청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박씨는 무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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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박씨는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그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거동도 불편하다.


심지어 혈관성 치매 후유증으로 단기 기억상실증 증세가 찾아오면서 감찰 받은 사실조차 잊었다. 


그는 '무죄' 판결로 환호하는 가족들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에게 남은 건 박씨의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벗었던 제복을 다시 입고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문제는 지난해 4월 인사 담당자가 찾아와 박씨에게 '의원면직 동의서'를 받아 갔다는 것. 소방청은 "직권면직이 아닌 본인 동의에 의한 퇴직이므로 규정상 복직이 어렵다"고 밝혔다.


인사이트Facebook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한편 박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던 김일수 경기북부재난본부장(감사 당시 중앙119구조본부장) 역시 행정법원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본부장이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당하게 감사를 중단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3년 만에 박씨와 김 본부장 모두 '무죄'가 입증되면서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발 살아돌아와" 현장 나갈 때마다 동료 소방관들이 보내주는 카톡 (영상)생사가 오가는 구조현장으로 동료들을 보내며 소방관들은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올해 부족한 소방관 '4천명' 우선채용 한다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 1만 8,500명을 충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 4천명을 우선 고용한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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