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선처해 달라고 탄원서 냈다가 '폭망'한 박근혜

인사이트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재판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결론지으며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은 숨길 수 없는 엷은 미소를 띠며 구치소를 나왔다.


기쁨을 누리는 이 부회장과 달리 이번 판결로 정세가 더욱 불리해진 사람이 있다. 바로 항소심 직전 이 부회장을 선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도리어 박 전 대통령이 더 큰 책임을 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사이트구속 353일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박 전 대통령은 항소심 재판부에 A4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를 제출한다.


자필로 쓴 이 탄원서에는 경영 승계를 대가로 뇌물을 받은 일이 절대 없으며, 이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는 동시에 이 부회장의 선처를 바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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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라 판단하며 이같이 말한다.


"국정 농단의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며 특히 부패 책임은 뇌물 제공자보다 수수자인 공무원에게 무겁게 문다"


법원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은 이 사건에서 볼 수 없고, 최고 권력자가 뇌물을 요구한 '요구형 뇌물사건'"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지었다.


즉, 이 부회장은 막대한 권력을 쥔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의 압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재단 출연금을 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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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권력의 '피해자'로 만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대기업을 겁박하고 돈을 뜯어낸 '가해자'가 됐다.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적도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탄원서가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외에도 SK 그룹, 롯데 그룹으로부터 159억 가량의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다른 국정농단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지목되면서 그가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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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 수수, 동계스포츠영재 센터 뇌물, 재산국외도피 등 총 3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풀려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전무죄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한 치욕적인 판결이라며 이번 재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사법부의 수장은 바뀌었지만 도처에는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다. 대한민국 법은 이미 죽었고, 여전히 유전무죄법이 적용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의 판결을 맡은 정형식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은 게시 하루 만에 7만 8천명이 동의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박근혜 뇌물' 이재용 풀려났다…"2심서 집행유예"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집행유예 선고받고 자유의 몸 된 이재용 부회장의 '표정 변화'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황규정 기자 kyoojeo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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