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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억울하게 죽은 갓난아기의 '원귀'가 떠돌았다

꽃잎을 다 피지도 못한 채 어른들의 욕심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 그 원귀가 이승을 떠돌고 있다.

인사이트(좌)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뉴스8'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원귀(寃鬼). 생전에 원한이 남아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말한다.


최근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에서 원귀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한 바 있다.


영화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홍(김동욱)의 영혼은 이승을 떠돌며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저승의 심판을 방해했다.


원한이 남은 영혼은 비단 수홍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는 억울하고 비통하게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영혼들이 많다.


수홍이라는 캐릭터는 그 영혼들의 표상이자, 억울함을 위로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사이트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억울한 죽음은 무엇이 있을까. 감히 그 원한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많을 것이다.


누명을 쓰고 죽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대의라는 명분에 짓눌려 희생당하거나, 범죄의 희생양이 되거나.


그중 가장 안타깝고 가여운 영혼이 있다면 바로 갓난아기들이다.


꽃잎을 다 피지도 못한 채 어른들의 욕심으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 그 원귀가 이승을 떠돌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동양 문화에서 파생된 수많은 민간신앙과 주술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인사이트영화 '망나니'


절대적인 존재에게 한 생명을 제물로 바쳐 흉조를 날리고 길조를 부르는 행위가 만연했다.


그러한 주술 행위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것으로 취급돼 나라에서 대대적인 금지 명령을 내렸던 주술이 있었는데, 바로 '염매'였다.


염매란 어린아이를 대나무통 안에 넣어 죽인 뒤 그 영혼을 통 안에 가두는 행위였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는 염매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사이트이익의 성호사설 판본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는 염매라는 괴이한 짓이 있다. 남의 집 어린아이를 납치해 고의적으로 굶기면서 겨우 명을 붙잡고 있을 만큼 조금씩 음식을 먹인다"


"그 아이는 살이 쏙 빠지고 바짝 말라서 죽기 직전까지 이르는데, 이때 대나무통 안에 맛있는 음식을 넣어 놓고 아이를 꾀어 그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아이가 음식을 보고 발버둥 치면서 통 안으로 들어가면 재빨리 칼로 아이를 찔러 죽인다"


"그런 다음 아이의 영혼이 대나무통 안에 갇히도록 뚜껑을 닫아버린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성호사설에 따르면 아이의 영혼이 깃든 대나무통으로 주술 행위를 하며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무당들이 있었다.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이의 영혼을 태자귀(太子鬼)라고 했는데, 이익은 태자귀가 원한이 남아 이승을 떠돌며 사람들을 병들게 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이익은 성호사설을 통해 자신의 친척에게 태자귀가 붙는 바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조선 팔도에 염매가 전염병처럼 번지며 수많은 아이들이 납치, 살해당하자 이를 금지하는 왕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염매 금지에 관한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인사이트영화 ' 만신'


어른들의 날카로운 욕심에 베여 죽음을 맞이한 아기들은 억울함에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원귀가 돼 구천을 떠돌았다.


물론 과학적인 증거가 없이 초자연적인 존재와 현상을 믿는 샤머니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게 치부한다면, 지금도 어디선가 어른들의 이기심에 짓눌린 작은 생명들의 넋은 누가 달래야 하는가.


"아동 성범죄자, 조선 시대였으면 즉시 사형당했다"지난 2008년 8살 여자아이를 무참히 성폭행한 조두순이 3년 뒤 출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력했던 조선 시대 성범죄 처벌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오는 8월 개봉되는 '신과함께2'서 김동욱이 '원귀→귀인' 된 이유 밝혀진다영화 '신과 함께 2'에서 '김 병장' 김동욱이 원귀에서 귀인이 된 이유가 밝혀진다.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