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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안 보신다던 아버지가 극장서 펑펑 우셨습니다"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보고 10분간 아무말 없이 눈물을 흘렸던 그 세대 아버지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인사이트

영화 '1987'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삼엄한 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꿈꿨던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희생을 담은 영화 '1987'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소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영화 '1987'을 보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이 전해져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79학번인 아버지를 모시고 영화 '1987'을 봤다는 누리꾼의 후기가 올라왔다. 


인사이트Facebook 'JTBC 소셜스토리'


누리꾼 A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고 자리관리 잘하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남성상이다"라고 소개했다.


강원도 산골 태생인 A씨 아버지는 격동의 시기였던 1979년 연세대학교를 입학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 교체 시위에 나섰던 아버지는 학생회 임원까지 할 만큼 적극적으로 투쟁에 가담했다.


그러다 경찰에 잡혀갔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해병대로 강제 입대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제대 후에도 꺼지지 않았다.


A씨 아버지는 전역하자마자 곧바로 시위에 동참했고, 취업 후에도 6월 항쟁이 있던 1987년 자신의 사비를 털어 시위하는 연대 후배들을 도왔다.


인사이트영화 '1987' 


그런 아버지는 영화 '1987'이 개봉하자 자신은 그 영화를 보고싶지 않다며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민주주의 항쟁에 나선 아버지였지만 그만큼 끔찍하고 처참했던 시위 현장에서 하나둘씩 죽어나가던 동료들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했을 터다.


같이 영화 보러 가자는 가족들의 권유에 어렵게 발걸음을 뗀 아버지는 큰 감정 동요 없이 묵묵히 영화를 지켜봤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으로 1987년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자 표정하나 없던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내가 겁쟁이였다"며 10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엉엉 소리 내 울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영화 '1987' 


A씨 아버지를 비롯해 실제 1980년대를 살아낸 많은 사람들 역시 '1987년의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쳤고, 권력에 스러져간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1987'을 보며 그때 죽어간 친구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세상 살기 바빠 잠시 잊고 지냈던 30년이라는 세월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1987년의 주인공'들.


그런 아버지를 보며 A씨는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놀랐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자랑스러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그린 영화 '1987'은 17일 기준 관객 603만명을 돌파하며 9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제가 87학번이다" 영화 '1987' 관람 후 눈물 쏟은 남성 (영상)'1987'이 개봉한 후 연일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과거 1987년의 아픔을 겪은 한 남성이 영화를 보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 싶었다"…박종철 사망 최초 보도한 '1987' 실제 기자故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을 최초로 세간에 알린 전 중앙일보 신석호 기자가 1987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