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하철역 안내 방송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단 한 사람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인사이트] 심연주 기자 = 수많은 사람이 바쁘게 오가는 출근길 지하철역에 오늘도 '의문의 여인'이 나타났다.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는 영국 런던의 엠벵크먼트역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머물다 가곤 했다.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몰라 정처 없이 헤매는 것일까.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역무원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할머니를 '의문의 여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개월째 말 한마디도 하지 않던 할머니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역무원을 찾아왔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마인드 갭(Mind the gap), 마인드 갭(Mind the gap)"이라고 중얼거렸다.

마인드 갭(Mind the gap)은 열차와 정류장 사이를 조심하라는 안내 방송 문구다.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하루에도 수백 번역에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에 얽힌 할머니의 사연은 무엇일까.

때는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의 이름은 마가렛(Margaret). 당시 그녀는 모로코로 휴가를 떠났다가 여행 가이드인 오스왈드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무려 11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고, 영원할 것 같은 달콤한 행복을 누렸다.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하지만 오스왈드가 심혈관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꿈 같은 시간은 산산이 조각났다.

절망에 빠진 할머니는 매일 남편의 사진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젊은 시절 지하철 안내 방송을 녹음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할머니는 그길로 집 근처 전철역으로 달려갔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편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안내 방송도 디지털로 바뀌면서 오스왈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역은 딱 한 군데밖에 남지 않게 됐다.

바로 영국 엠벵크먼트역이었다. 그곳은 할머니의 집에서 180km 떨어진 곳으로 꼬박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남편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일념 하나로 할머니는 매일 그 긴 거리를 왕복했다.

하지만 엠벵크먼트역마저 디지털 안내방송으로 바뀌자 할머니는 어쩔 줄 몰라했던 것이다.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런던 교통국은 안내방송을 다시 오스왈드의 목소리로 바꿨다.

또한, 할머니에게 남편의 안내 방송을 집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디지털로 복원해 선물하기도 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단편 영화 'Mind the Gap'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할머니가 하염없이 지하철역에 앉아 흘려보냈던 시간. 그 시간 속에는 세월과 함께 차마 흘려보낼 수 없었던 사랑이 담겨있었다.

실제 사연의 주인공 / YouTube 'BhamUrbanNewsUK'

YouTube 'Long Trần Thị Diệu'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몇 시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64년간 갖은 풍파를 함께 견뎌온 노부부는 마지막 순간에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68년' 결혼 생활에도 여전히 신혼처럼 달달한 '사랑꾼' 할아버지결혼생활 68년 차 노부부의 한결같은 사랑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심연주 기자 yeonju@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