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늘의 유머'에서 탄생시킨 천재 작가 '김동식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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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어느 날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3일에 한번씩 짧고 간결한 반전과 통찰이 넘치는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오타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맞춤법 오기가 넘쳐났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댓글로 맞춤법을 알려주었고 작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쓴 것이 300여편. 


쓰기만 하면 커뮤니티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던 그의 글은 애독자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의 추천으로 출판사에 소개된다. 


주물공장에 다니며 10년 동안 단추와 지퍼를 만들던 공장 노동자 김동식이 어엿한 작가가 되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써낸 천재 작가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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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를 그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대개 모든 재앙은 우연히 찾아온다. 


외계인의 침공이나 괴생물의 발견, 운석의 낙하, 신의 심판 등.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에도 '우연'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갑자기 지저인간들의 습격을 받아 도시 하나만큼 땅굴을 파게 되는 '회색 인간'이나, 불현듯 신이 인류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나서는 '신의 소원', 매달 첫째 날 아침 8시부터 웃는 순서대로 100명의 목숨을 가져간다는 악마가 나오는 '스마일맨', 세상에서 제일 약하다고 엄살을 떨면서 실수인 척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수면내시경 중 성폭행범을 알게 된 의사가 범인 스스로 계획을 폭로하게 만드는 '완전범죄를 꾸미는 사내' 등. 


신기한 것은 소재는 갑작스럽지만 가만히 읽다 보면 분명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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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의 글은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샐던)의 소설판 같다. 


갑자기 닥친 극한 상황 앞에서 독자는 도덕적 가치 판단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 거짓된 행동들을 드러냄으로써 양심에 털이 잔뜩 자라난 이들을 언어로 무차별 공격한다. 


도덕적 명제라는 심판대 앞에서 인류는 이타주의나 이기주의 혹은 소수를 무자비하게 희생시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품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인류로 묶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던 독특한 김 작가만의 화법이다. 


인류로 꽁꽁 묶인 덕분에 독자는 꼼짝없이 문제라는 그물에 걸리고 만다. 


문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괴롭히고 나서야 '억' 소리 나게 만드는 통찰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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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쓴 김민섭 평론가는 그의 통찰력을 독자보다 "두 발씩 앞질러 갔다"고 평한다. 


'보던 결말'이 아닌 전혀 새로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일찌감치 김 작가의 소설에 매료된 커뮤니티 사람들은 출간되자마자 구매 인증 댓글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등단하지 않은 작가가 새로운 형식으로 지어낸 세 권의 소설집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3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써온 300여편의 글 중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66편만이 세상의 빛을 본 점도 놀랍지만 글 속에 우리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그의 번뜩이는 통찰이 앞으로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오래도록 우리 양심을 괴롭히는 존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쓴 히가시노 게이고, 신간 '그대 눈동자에 건배' 출간우리에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으로 알려진 일본 소설가 하가시노 게이고가 새 소설집을 발간했다.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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