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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 공장이 문 닫아서"…혹한 속 쓸쓸한 죽음 맞은 재단사

봉제 공장에서 4년간 재단사로 일하다 공장이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된 50대 남성이 고독한 죽음을 맞았다.

인사이트채널A 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사계'의 슬픈 노랫말처럼 환기조차 안 되는 공장 속에서 하루에 12~14시간씩 미싱 등을 돌리며 일해온 사람들.


자신을 희생해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이들이 봉제 산업의 내리막과 함께 쓸쓸한 끝을 맞고 있다.


지난 13일 채널A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은 재단사의 사연을 보도했다.


인사이트채널A 뉴스


보도에 따르면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4년간 재단사로 일하던 50대 남성 유모씨는 넉 달여 전 공장이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됐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던 유씨는 실직 후 삶의 아픔을 술로 달랬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가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추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고, 유씨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씨의 사인은 간 질환. 매일같이 마시던 술이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유씨가 일하던 봉제 공장이 있는 창신동은 한때 대한민국 봉제 산업의 메카라는 평을 받았다.


실제 과거 창신동에서는 수많은 재단사들이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밤낮없이 재봉틀 소리를 냈다.


하지만 봉제 산업이 '사양 산업'이 되면서 이러한 풍경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일감이 빠져나간 데다 봉제 산업 자체가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사명감이 있는 재단사들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봉제 산업이 사실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성장의 역군이었던 사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웃에게 얻은 김치를 주머니에서 꺼내지도 못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은 유씨의 이야기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편의점 라면' 먹으며 쓸쓸한 설 보내는 저소득층 아이들대구에 사는 소년소녀가장 A양(14)은 올해도 홀로 설을 맞았다. 찾아갈 만한 친척도 마땅히 없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