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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전 후 '장애인' 된 아빠"···장애인에 비정한 사회에 실망해 '의사'된 이국종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의 어린 시절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치료하는 이국종 교수의 어린 시절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어린 시절 이 교수의 집은 가난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지뢰를 밟아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였다.


얼핏 보면 영광스러운 '유공자'라는 단어. 하지만 어린 이 교수에게 이러한 사실은 영광보다는 상처로 더 크게 다가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실제로 이 교수는 '병신의 아들'이라는 손가락질이 무서워 중학생 때까지 학교에 아버지가 국가 유공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을 마신 아버지가 이 교수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손을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아버지의 그 한탄은 이 교수의 마음을 울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또 언젠가는 어머니와 함께 동사무소를 찾아 참전용사에게 지급하는 밀가루를 머리에 이고 오던 중 떨어트린 일이 있었다.


남의 눈을 피해 늦은 밤에 다니다 발을 헛디딘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밀가루를 주워 담던 이 교수의 가슴에는 울컥함이 솟구쳤다.


이러한 일을 겪으며 그는 세상이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이 교수는 "내가 크면 아픈 사람에게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런데 이처럼 세상의 비정함에 실망하던 이 교수에게 큰 충격을 준 사람이 있었다.


축농증을 심하게 앓던 그는 국가 유공자 가족에게 주어지던 의료복지카드를 들고 병원에 갔다 문전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참을 헤매다 찾아간 한 병원에서 같은 카드를 보여줬음에도 한 의사가 성심껏 진료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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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어린 이 교수가 "카드를 보고도 잘 해주시네요"라고 말하자 그 의사는 "네가 왜 그런 걱정까지 하느냐"면서 "아버지가 자랑스럽겠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 의사는 돈도 받지 않은 채 이 교수를 진료해줬다고 한다. 다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남겼을 뿐이라고.


그리고 이 의사를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했던 그는 30여 년 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사가 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 교수의 이러한 사연은 지난 2012년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에 실렸던 내용으로, 25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회가 바로 가도록 도와달라"…이국종 교수가 언론에 던진 간곡한 호소북한에서 귀순한 병사를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본분을 잊은 언론과 기자들에게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