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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치는 피아노 소리는 늘 하얀 첫눈 같았어"…어느 장애인의 사랑 고백

'소리'에서 '색깔'을 보는 장애를 앓고 있는 어느 여학생의 애틋한 고백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도깨비: 쓸쓸하고 찬란하神'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엊그제(20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는 올해 첫눈이 내렸다.


비록 찰나처럼 짧았지만 눈송이는 제법 탐스러웠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설렘을 만끽했다.


이런 가운데 뜨겁진 않지만 눈송이처럼 포근한 어느 여학생의 고백이 재조명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도 하얗고 소담한 눈을 내리게 한다.


지난 2014년 12월 한 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색깔'을 보는 '뇌장애'를 가진 한 여학생의 글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4년의 대학 생활이 오늘로써 끝난다고 말문을 연 익명의 글쓴이 A양은 "마지막 밤인 이제서야 너에게 내 얘기를 해 볼까 한다"며 운을 뗐다.


A양은 대학에 와서 누구한테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지만 사실 자신에게는 '색청'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색청이란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해 소리마다 제각기 다른 색깔로 보이는 일종의 뇌장애다. 


색청이 있는 사람마다 증상은 다 다르지만 A양은 유독 심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A양은 먼저 고백의 상대방인 B군을 향해 "너는 파란 목소리를 가지고 하얀 피아노를 쳤다"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빛깔을 묘사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치즈인더트랩'


피아노를 전공하는 B군이 학교 캠퍼스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B군의 피아노 소리를 접한 A양이었다.


A양의 눈에 피아노 소리는 보통 먹먹한 회색빛으로 보였다. 그런데 B군이 치는 피아노 소리만큼은 전혀 다른 빛을 띠고 있었다. 


A양은 "네 피아노 소리는 온통 하얀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래서 눈이 내리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B군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늘 눈 내리는 벌판에 혼자 앉아있었다고 비유한 A양은 "그런 너의 피아노를 좋아했다"고 담담히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가위손'


자신이 색청이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대학 생활 내내 단 하나, B군의 피아노 소리뿐이었다는 A양이었다.


그는 "멀리서 지나가면서도 네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나는 그것이 너인 걸 금방 알 수 있었다"며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네가 내리는 새하얀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고 예쁘고 몽글몽글한 글로 진심을 드러냈다.


A양은 이어 "우리는 그저 4년 동안 얼굴 보면 인사만 하는 사이였지만 너의 피아노를 볼 수,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학교에 있는 4년 동안 참 행복했다"면서 B군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도 많은 소리를 보겠지만, B군의 피아노 색을 종종 떠올릴 것 같다며 끝맺은 A양의 애틋하고 아련한 고백은 잔잔한 감동을 주며 누리꾼들 사이에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러브레터'


사연을 접한 이들은 "마치 영화처럼 너무 아름다운 사연이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B군이라면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등과 같은 감상을 남겼다.


한편 사연의 주인공 A양은 이후 지난 2015년 샤이니 종현이 진행했던 MBC FM4U '푸른밤 종현입니다'에 전화 연결을 통해 출연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크게 아팠다. 이후 부모님이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해본 결과 선천적인 색청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이 많으면 여러 가지 색이 한꺼번에 보여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또 길을 걷다가 갑자기 소리가 보이면 넘어지는 일이 잦다"고 일상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facebook 'unibambooo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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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