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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실종된 딸 송혜희 양 '19년째' 찾으러 다니는 아버지의 눈물

19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오늘도 아버지는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인사이트Youtube '조선일보 Video C'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내 딸 얼굴 담긴 전단지, 사람들이 버리고 가면 쓰레기통을 뒤져 주워서 다리미로 깨끗이 다렸습니다..."


가족의 생사를 19년째 알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오늘도 아버지는 19년 전 잃어버린 딸을 애타게 찾아 헤맨다.


지난 17일 인사이트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실종된 딸을 찾으려 지금도 거리를 나서는 아버지 송길용씨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성탄여고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딸 송혜희 양은 밤 10시께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설날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인사이트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그 날은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딸이 반 배정을 받는 날이기도 했고, 학교는 오전 일찍 마쳤다.


학교에 다녀온 혜희 양은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잠시 놀다가, 고3인 만큼 공부를 해야겠다며 다시 집을 나섰다.


당시 학교에서는 야간학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야간학습을 하러 학교에 간 딸은 공부가 끝난 밤 10시경 버스를 타고 집 앞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송혜희 학생 가족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딸을 찾아 부모는 전국 팔도에서 밟지 않은 땅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딸을 찾느라 생업을 포기한 탓에 끼니를 거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피까지 팔아가며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들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딸은 찾을 수 없었다.


심장병에 걸려 피를 토할 정도로 건강만 악화된 혜희 양의 어머니는 결국 혜희 양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품에 안고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인사이트Youtube '조선일보 Video C' 


그럼에도 아버지 송길용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품 안 가득 딸의 전단지를 들고 혼자 집을 나선다.


일주일에 한 번은 우리나라 수도 서울로, 3~4일 마다는 전국 각지 고속도로 휴게소로 향한다. 열흘에 한 번씩은 대전·광주·대구 등 다른 주요 도시를 헤맨다.


하루에 2~3천 장씩, 대충 어림잡아 봐도 1999년부터 지금까지 4~5천만 장 정도의 전단지를 돌렸다는 아버지다. 


서울 명동에서 저 땅끝마을 해남까지, 그의 발길이 닿은 곳마다 현수막도 걸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현수막이 지저분해지면 그게 그렇게 보기 싫다"는 혜희 양의 아버지는 꼬박꼬박 오래된 현수막을 새로 교체하는 작업도 잊지 않고 있다.


전화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오늘도 현수막을 걸러 나가야 한다"면서 "마음으로는 더 많이 하고 싶은데, 경제적이나 신체적으로 따라주지가 않는다"고 아쉬워할 따름이었다.


육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3천여 개에 달하는 섬도 모두 찾아가고 싶지만, 경비 문제로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이 한이다.


혜희 양의 아버지는 5년 전 겨울, 현수막을 걸다가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


인사이트YTN NEWS


여유가 없어 파스만 붙이기를 6개월, 그는 걸음이 걸어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다행히 평택시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허리가 채 회복되기도 전 이번에는 뇌경색이 그를 찾아왔다.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송길용 씨는 "몸을 거동하는 게 부자연스럽고 힘들어 먹고 살 최소한의 일도 하기 어렵다"면서도 "전단지와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일만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혜희 양의 아버지는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에서 한 달에 쌀 한 포대와 50만 원을 지원받는다. 그는 이 50만 원으로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들고 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렇게 어렵게 만든 전단지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람들에게 건네지만, 많은 이들이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이에 혜희 양의 아버지는 "쓰레기통을 뒤져서 전단지를 찾는다. 주운 전단지는 다리미로 깨끗이 다려놓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년이 지난 지금 현수막이나 전단지에 있는 딸의 얼굴만으로는 찾기 힘들 걸 나도 안다"고 담담히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다만 1999년 당시 내 딸을 지나가면서라도 봤던 이가 틀림없이 있지 않을까"라면서 이어 "그걸 기억해주시는 분이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고 소망했다.


인사이트

YTN NEWS


"딸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내 심장을 뜯어 팔기라도 하고 싶다"는 그는 혜희 양이 사라진 지 1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혜희 양 또래인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매번 눈물이 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경찰과 평택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해 잊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던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덧붙여 "나 말고도 다른 실종아동 부모님들도 많다"고 언급하면서 사회의 꾸준한 관심을 부탁했다.


혜희 양 아버지를 포함해 실종아동을 둔 부모들은 자신들과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 국회·경찰청 등을 다니며 정부의 아동의 실종 대책 정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12년부터 아동 지문 사전등록제가 도입됐다.


인사이트Youtube '조선일보 Video C' 


혜희 양은 지난 1999년 2월 13일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에서 실종됐다.


당시 혜희 양은 흰색 블라우스에 빨간색 조끼, 파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키 163cm에 둥근 얼굴형, 까무잡잡한 피부가 특징이다.


혜희 양으로 추정되는 이를 목격했거나 과거에 목격한 적이 있다면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 및 112)' 또는 '실종아동전문기관(02-777-0182)'으로 연락하면 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송혜희 학생 가족


"친구 만나러 나갔다가 5일째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습니다"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가 5일째 행방이 묘연한 할아버지 현선우 씨를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