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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비' 모아 경비아저씨 '양복' 사드린 서울대 신입생

박초하 기자 2017.07.23 16:20

인사이트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인사이트] 박초하 기자 = 서울대 면접 하루 전날 돈을 잃어버린 수험생이 난생 처음 만난 경비원 아저씨 덕분에 합격하게 된 뭉클한 사연을 공개했다.


23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신입생 A씨가 올린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많은 누리꾼을 울리고 말았다.


글쓴이 A학생은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면서 공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인사이트어려운 형편이지만 열심히 공부한 A학생(자료 사진). 연합뉴스


식당일을 하시는 어머니와 단 둘이서 6평 남짓한 반지하방에서 살았지만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학교에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원서비도 모자랄 정도로 가난에 시달렸지만 담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서울대학교와 또 다른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지방에 사는 탓에 어머니에게 차비 5만원을 받아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가방에 넣어 두었던 돈을 잃어버리는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대학교 인근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면접을 보려고 했는데 돈을 잃어버려 추운 날씨에 울면서 거리를 배회했다고 회상했다.


인사이트낯선 곳에서 울고 있던 A학생에게 다가온 경비원 아저씨(자료 사진). Gettyimages


밤 11시가 되는 늦은 시간에 울면서 걷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아파트 단지 벤치에 앉아서 울고 있었는데 어떤 경비원 아저씨가 다가왔다.


사연을 들은 아저씨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A학생을 자신의 경비원 숙직실로 데려갔다.


라면을 끓여주고 안심을 시킨 뒤 숙직실에서 잠을 잔 뒤 내일 서울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가라고 격려해 주셨던 것.


숙직실에서 잠을 청한 뒤 다음날 경비 아저씨는 자신의 와이셔츠까지 빌려주시면서 면접을 잘 보라고 응원했다.


인사이트어려움에 놓인 어린 학생을 도왔던 천사 경비원 아저씨(자료 사진). 연합뉴스


낯선 서울에서 면접도 못 보고 탈락할 위기에 놓였지만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면접 시험을 봤고 다행히 당당하게 합격까지 했다.


A씨는 합격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한 뒤 곧바로 경비원 아저씨에게 알렸고 어르신은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고 한다.


인사이트은혜를 갚으려고 열심히 일한 서울대생이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자료 사진). 연합뉴스


면접 후 7개월이 흐른 지금 A씨는 알바를 하면서 틈틈이 돈을 모았고 최근 50만원짜리 양복 한 벌을 구입했다.


바로 경비 아저씨에게 드리기 위해서였다.


한사코 받지 않으시겠다는 아저씨는 결국 마지 못해 A씨가 선물한 양복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받으셨다고 한다.


인사이트우리 주변에는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 연합뉴스


A씨는 "태어나서 가장 큰 돈을 쓴 날이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행복했어요"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너무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는 사연이다"는 반응을 보이며 뜨겁게 성원하고 있다.


실제로 게시글은 공개된지 2시간 만에 좋아요 1만6천여개, 댓글 700여개, 공유 500여건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래는 페이스북에 A씨가 올린 글 전문이다.


저는 정말 말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어요.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와 둘이서 6평정도되는 반지하방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엄마는 하루 열시간넘게 일을 하시면서 생활비를 버셨어요.

수시를 지원할때가 저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비싼 원서비에 손을 바들바들떨면서 두 곳의 대학만 지원했어요. 당장 집에 원서비를 낼 돈이 없었기때문에, 저희 집 사정을 대충 아시는 담임 선생님이 주신 10만원으로 두 곳의 대학을 지원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어요. 엄마는 눈물을 흘리면서 좋아하셨고, 차비로 5만원을 마련해주셨어요. 엄마는 안타깝게도 바쁜 식당일 때문에 따라올 수 없었어요.

저는 지방에 살았기때문에, 버스표를 왕복으로 끊고, 남은돈 만 오천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갔어요. 아침 면접이었기 때문에, 전날 오후에 올라가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로 가서, 찜질방에서 자고 학교로 가기로했어요.

그렇게 난생처음 서울에 도착했는데, 돈이 없어졌어요. 가방을 뒤져보고 주머니를 한 시간씩 털어봐도 돈이 안보였어요.

저는 대합실에 앉아서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걷기 시작했어요. 터미널에서 서울대로 걸어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보니깐 다들 어이없어했지만, 대충 알려주신 방향으로 걸어갔어요. 한 2~3시간쯤 걸었을까, 너무 춥고 배고프고 목마르고 힘들었어요.

저는 갑자기 너무 무섭고 서러운 마음에, 길에 앉아 펑펑 울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면접을 못갈 것만 같았어요.

밤11시가 넘은 시간에 어딘지도 모를 아파트앞 벤치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데, 경비아저씨가 다가왔어요.

아저씨는 제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주었고, 저는 제 사정을 겨우겨우 말했어요. 아저씨는 놀라시면서, 저를 숙직실로 데려다주셨어요. 라면을 끓여주시면서, 자기는 하루정도 좀 못자도 괜찮으니깐,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퇴근하시면서 저를 태워주겠다고 하셨어요.

아저씨는 차에서 셔츠를 벗어 주시면서 옷이 너무 촌스럽다고 이거를 입고 가라고했고, 저는 죄송해서 못받는다고 하니깐 전화번호를 적어주시면서 나중에 대학에 붙고 옷을 갖다주러오라고 하셨고, 터미널까지 갈때 차비하라고 만원을 주셨어요.

저는 그 아저씨 덕에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서울대에 합격했어요. 합격자발표가 나고, 제일 먼저 엄마 식당에 전화를 했고, 그 다음엔 그 아저씨한테 전화를 드렸어요. 아저씨는 자기일처럼 너무 행복해하시고, 나중에 올라와서 밥 한끼 먹자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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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고, 과외랑 아르바이트도 한계가 있었어요.

악착같이 50만원을 모은 저는, 첫 학기가 끝난 날 눈여겨보았던 양복을 샀어요. 7개월만에 아저씨를 만나서 멋진 양복을 전해드렸어요. 셔츠는 돌려드렸지만, 그 셔츠에 맞는 멋진 양복도 꼭 드리고 싶었어요. 다행히도 아저씨는 계속해서 거절하셨지만 결국엔 정말 좋아해주셨어요.

태어나서 가장 큰 돈을 쓴 날이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행복했어요.


"휴가 가시라"며 아파트 경비원에 '휴가비' 드린 입주민들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여름 휴가비를 제공한 아파트 주민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했다.


박초하 기자 choha@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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