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뻘인데 한번 안아보자"…여직원 성희롱한 직장상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문제 제기 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문제 제기 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20대 여성 A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한 상사가 "아빠뻘인데 한번 안아보자"며 지속적으로 불쾌한 스킨십을 시도하고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기 때문.
당시 계속되는 상사의 성희롱을 참다못한 A씨는 해당 사실을 사장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사내에 소문이 돌며 괴로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는 시도 때도 없이 데이트를 요구하는 회장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이 회장은 B씨에게 "스폰서가 되어 주겠다"면서 노골적인 만남을 강요했다.
결국 이러한 성희롱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나온 B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회장은 "근로감독관이 어차피 과태료 200만원 정도가 최대다"라고 말했다"면서 그 이상의 합의금은 줄 수 없다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사내 의식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는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용기를 내 신고를 하더라도 이후 회사에서 받는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심한 경우 회사 측으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가량은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사한 이들의 80%는 6개월 이내에 회사에서 쫓겨나듯이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회사로부터 직접적인 불이익을 당했다는 응답도 57%에 이르렀다.
지난 2015년 조사 당시 34%였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여성노동자회 측은 "맞서 싸워봤자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라며 "피해자가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 역시 "지난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든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과태료 처분보다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