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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다니는 아들이 힘들게 퇴근하고서 가족 먹을 '빵' 사며 깨달은 것

퇴근길에 빵을 사가면서 과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는 한 직장인의 사연이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평소 잊고 지내던 '어떤 기억'이 어느날 문득 생각나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나는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자기소개서를 하루에도 몇 개씩 쓰고 면접까지 보러 다녔다.


대기업 취업 준비만 생각하던 내게 잠은 사치였다. 그만큼 정말 간절했다. 취업만 하면 모든 행복이 다 내것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을 갔다. 입사 후 높게 튀어 올랐던 자존감은 금새 김 빠진 콜라마냥 꺼졌다. 미친듯한 업무강도와 실적압박, 군대 같은 위계질서에 빠르게 지쳐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문득 내 기억 속에 떠오른 '그날'은 이유없이 힘들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나마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저녁 7시 노르스름한 노을을 보며 그저 터덜터덜 걸었다. 


집 가는 길 매일 보던 빵집이 보였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그 빵집에 홀린 듯이 들어갔다. 빵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들어간 빵집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좋아하는 빵을 골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내아이디는 강남미인'


한 손에 빵봉다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어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웬일로 일찍 왔냐"며 반갑게 맞이했다.


"손에 든 건 뭐냐"는 엄마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먹을 것 좀 사 왔다며 빵을 건네줬다.


갑자기 무슨 빵이냐면서 엄마와 여동생이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힐끔 보고 아무 말 없이 방으로 갔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고, 볼을 타고 한방울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 오시던 날들이.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YouTube '삼성생명' 


군것질은 질색이라던 아버지가 아무말도 없이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식탁에 올려두고 방으로 가신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게 됐다.


아버지가 사 오신 과자를 먹으며 내가 즐거워했던 그날은 아버지에게는 평소보다도 힘들었던 하루였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전하고 싶다. 아버지에게. 정말 감사했다고.


우리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위 사연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는 한 직장인의 사연을 재구성한 글이다.


철부지였던 아들이 훌쩍 어른이 되어 퇴근길 가족들에게 줄 빵을 사가면서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것이다.


힘든 하루 끝에서 아버지가 찾았던 삶의 이유가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 글은 누리꾼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