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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고기 먹는 남편을 보고 정이 뚝 떨어졌습니다"

식탐을 제어하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예로부터 부부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콩' 한쪽도 나눠 먹는 사이로 지내왔다.


남편은 곤궁한 상황 속에서 먹을 게 생기면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먹고는 했으며, 아내는 남편이 바깥일로 집을 비운 사이 어딘가에서 음식이 들어오면 잘 보관해놓고 함께 먹고는 했다.


'콩' 한쪽을 나눠 먹는 사이는 부부 말고도 또 있겠지만, "부부는 일심동체", "부부는 하나"라는 말도 있듯이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 것이다.


그런데 한 아내의 남편이 아내가 먹을 '고기'를 새벽 몰래 일어나 혼자 먹어 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사연을 올린 아내는 현재 남편에 대한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유튜브 '캠핑한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먹을 거 때문에 마음이 식는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제목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해당 사연을 올린 아내는 남편이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힘들었고, 시어머니가 늘 해주던 음식만 해줬던지라 '새로운 음식'을 집에서 발견하면 순식간에 혼자 다 해치우는 타입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남편 때문에 아내는 집에서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남편은 계속 뒤룩뒤룩 살만 쪄갔고, 아내는 반대로 조금씩 마른 몸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일주일 먹을 반찬과 고기를 장만해놓았다. 그중에는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훈제 삼겹살+오리고기'가 있었다. 식탐이 너무 강한 남편이 몽땅 해치울까 봐 걱정됐던 아내는 남편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여기 놓은 고기는 당신 거야. 당신이 마음껏 먹어도 돼. 그런데 이 통에 담은 거는 내 몫이야"


아내가 남편 몫으로 분류해 놓은 고기의 양은 약 80% 정도. 아내는 1/5만 먹을 생각이었다. 사실 더 먹고 싶었지만, 남편이 부족하다고 생각할까 봐 딱 그 정도만 자기 몫으로 정해놨다.


그런데, 며칠 뒤. 남편은 이상하게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먼저 잠에 들었고, 새벽녘 냉장고 경고음이 계속 들려 잠에서 깼다. 낌새가 이상해 부엌으로 향했는데,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못 볼 것을 봤다"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리는 상황을 봤기 때문이다.


아내의 눈에는 냉장고 앞에서 아내 몫으로 빼놓은 고기를 게걸스럽게 혼자 먹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들어왔다. 꼭꼭 씹어먹지도 않고, 그야말로 억지로 욱여넣는 남편의 모습.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무한도전'


그릇에 덜어 먹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 문만 열어놓고 그릇째 놓고 먹는 남편을 본 아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은 게 맞을 듯싶다.


아내는 "오늘 아침에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출근했다"라면서 "정말 정이 떨어졌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도 싫다"라며 글을 마쳤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누가 보아도 충격을 받을 만한 이유로 금이 가기도 하지만 '사소한 이유'로 금이 가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사소한 이유'로 금이 간 사이가 절대적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지기도 한다.


음식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먹는 거 가지고 쪼잔하게 왜 그러느냐"는 말도 있는 만큼 부부관계에 있어 '식탐'은 중차대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20대에서 50대의 기혼여성 2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한쪽이 정서적 안정을 주지 못할 경우 부부관계의 질이 굉장히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아내가 남편의 식탐, 그것도 새벽녘 몰래 고기를 입에 욱여넣는 수준이라면 정서적 안정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대하는 진심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남편이 식탐을 내려놓고 아내를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려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