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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무도 '자기 맘' 모른다고 속상해 하던 아이가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7명의 등교 거부 학생들이 전하는 아무에게도 말 못 했던 비밀이 보는 사람을 눈물짓게 한다.

인사이트알에이치코리아(RHK)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책장을 덮으며 나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물론 코도 팽팽 풀었다.


거울 앞에 앉아있는 교복 입은 히키코모리 소녀 고코로 때문이었다.


고코로는 같은 반 친구에게 왕따 당해 학교에 가지 않는 등교 거부 학생이다.


소설은 고코로를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거울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외딴 성'에 초대되며 시작된다.


초대된 사람은 중학생 총 7명. 3학년인 아키, 스바루와 2학년인 후카, 마사무네 그리고 1학년인 고코로와 리온, 우레시노다.


각기 다른 모습과 특색을 지닌 이들의 단 한 가지 공통점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라는 점이다.


인사이트알에이치코리아(RHK)


늑대 가면을 쓴 소녀에게 초대된 이들은 외딴 성에 자신의 방이 주어진다. 성에는 공동으로 모일 수 있는 거실, 주방, 정원 등도 있어서 편히 지낼 수 있다.


거울을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5시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늑대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면 된다.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단 하나. 1년이 지나기 전, 소원을 이뤄주는 열쇠를 찾는 것이다.


열쇠를 찾은 단 한 명에게만 원하는 소원 한 가지를 이루어 준다는 것이 규칙.


아이들은 잘 어울려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혼자 남아있을 때는 맹렬히 열쇠를 찾는다. 모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우아한 거짓말'


고코로도 외딴 성에 오면 아무도 모르게 성 곳곳을 뒤지며 열쇠를 찾는다.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같은 반의 미오리다.


같은 초등학교 출신인 미오리의 남자친구 이케다는 예전에 고코로를 좋아했었다.


그 사실을 미오리가 알게 되며 고코로의 학교생활은 괴로워졌다.


학급 반장으로 담임 선생님의 신임을 받던 왕따 주도자 미오리는 노골적으로 친구들을 고코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게 하고 주변에서 비웃기도 한다.


고코로는 결정적으로 끔찍한 어떤 일을 겪으면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다.


미오리에게 그 일을 당한 고코로는 '마음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를 듣고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우아한 거짓말'


소설을 읽다 보면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 내 청소년 왕따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거울 속 외딴 성'에 나오는 아이들은 왕따로 괴로워하고, 곁에서 돌봐줄 부모가 없거나, 친구와 다퉜거나, 자신의 재능에 골몰하느라 학교가 불편해진 아이들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각자의 사정을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힘이 된 것은 한쪽의 말만 듣고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담임 선생님이 아니었다.


무력하고 두려운 자신을 이겨내고 다시 세상에 나오기 위해 조용히 싸우고 있는 것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마음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우아한 거짓말'


역자 후기를 제외하고 소설은 633쪽. 베고 누우면 목이 살짝 들릴 만큼 딱딱한 베개 같은 느낌의 분량이다.


혹시 지금 주변에 학교생활로 고민하고 있거나 외톨이라고 느끼는 청소년이 있다면 일단 이 책을 슬쩍 옆에 가져다 놓자.


정말 베개처럼 베고 자도 좋고, 벽돌 블록처럼 쌓고 놀아도 좋다. 그러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게 되는 순간 분명 달라지는 아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읽고 나면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가슴속 응어리들을 하나하나 풀어놓게 된다.


너무 긴 분량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미스테리 소설 같은 이 책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2018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에 아마존재펜 베스트셀러 종합 1위. 그 외에도 줄줄이 이어진 10여개의 상이 이 책이 일본 사회에 준 감동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일본 전역을 눈물짓게 한 '외딴 방 거울 성'이 앞으로 한국 독자들까지 감격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