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9개월 간의 '암 투병'을 이겨낸 아내가 '이혼'하자고 합니다"

병수발을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 '10살' 연상의 아내 사연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10'. 이 숫자는 나와 사랑하는 아내의 나이 차이다.


나와 아내는 딱 10살 차이다. 띠동갑 커플도 많은데, 10살 차이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따로 있다.


바로 나와 아내가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점이다. 아내는 올해 43살, 나는 33살이다. 우리는 양가의 반대와 주변의 우려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그렇게 결혼생활을 한지 올해로 3년째, 아내는 갑자기 내게 '이혼신청서'를 내밀었다.


"자기 어머님, 아버님하고는 이야기 끝냈어. 도장만 찍어주면 돼"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연애시대'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였기에, 울며 붙잡았다. 수백 번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아내는 짐을 빼고 집을 나갔다. "더이상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라는 말을 남기고.


아내가 말하는 '죄책감'은 무얼까. 아내가 남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지난 9개월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된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암 투병을 이겨낸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았다는 남성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사연을 올린 남성 A씨는 "아내와 결혼 2주년을 맞이했던 지난해(2017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면서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비보험을 들어놓기는 했지만, 암보험은 없었기에 병원비의 20%는 꼬박꼬박 내야 했다. 건강보험에서 도와주는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암 치료' 자체는 A씨의 가계를 거덜 내기에 충분했다.


살아야 하기에 비싼 신약투여를 결정했고, A씨는 악착같이 9개월을 병수발했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직장도 소홀하지 않았다. 너무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하지만 암 투병을 끝내고, 검사와 재발 방지 등도 끝내고 나서는 얼굴에 만연한 웃음꽃을 띄울 수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몸속 항암제가 다 빠져나가면 아이도 갖자"고 말했다.


이때 이상하게도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 이해했다. 무엇보다 한 번 '유산'을 했었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클래식'


그런데 아내는 이때 이미 이혼을 결심했었다. 그리고 병원을 완전히 퇴원한 뒤 아내는 A씨에게 '이혼' 통보를 했다.


아내는 "더이상 자기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라고 했다. "생리도 멈추고 폐경이 왔어"라는 말도 했다. A씨는 "그때 아내는 울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겪은 '암'이 재발할 수도 있어. 나는 그저 당신 옆에서 폐만 끼치는 그런 존재야"


아내는 특히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걱정했다.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가 돈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기 싫어했다.


울먹이며 말하는 아내를 보며 A씨는 이별을 받아들였다.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는 A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암 투병' 보다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눈물이 나고 아프지만,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는 것. A씨는 결국 아내를 놓아주기로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나도 내가 암 투병을 하고 아내가 병수발을 해줬다면 '나를 버려'라고 했을 것이다"라면서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라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남자친구의 성매매 기록을 알아봐 주는 '사이버 흥신소'가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하루가 멀다고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세상.


배우자 혹은 연인이 병에 걸리면 어떻게 버릴지, 몰래 보험을 들어 돈을 챙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글도 올라오는 세상이다. 심지어 "배우자가 불치병에 걸리면 바로 결혼해서 '사망보험금'을 타내면 이득"이라는 글도 올라와 누리꾼들을 충격에 빠뜨린 적도 있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