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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김영권에 이어 축구팬들 비판 딛고 결국 '실력'으로 증명한 황의조

황의조가 팬들의 비판을 딛고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인생사 희로애락을 한 달 새 모두 경험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 황의조 이야기다.


지난 1일(한국 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서 일본을 2-1로 격파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이승우와 황희찬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선제골과 결승골을 넣으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반면 4강전까지 골 행진을 이어갔던 황의조는 결승전에서 침묵했다. 전반과 후반, 연장에 각각 아쉬운 찬스를 놓쳤다.


그의 슈팅은 계속해서 골대를 살짝 빗나가거나 발끝을 스쳐 지나갔다.


황의조가 찬스를 결정지어줬다면 경기가 더욱 쉽게 끝날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팬들은 그에게 비판 대신 격려를 보냈다.


▲ 황의조가 있었기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사이트뉴스1


팬들이 찬스를 놓친 공격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황의조가 4강전까지 너무도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기에 가능했다.


그는 바레인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했다.


키르키스스탄과의 경기에서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다시 영점 조절을 마쳤다.


이어진 우즈베스키탄과의 8강전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황의조는 우승 후보로 꼽히던 우즈벡을 상대로 홀로 3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연장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또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는 대회 9번째 골을 신고하며 결국 이번 대회 득점왕으로 등극했다. 금메달 획득의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황의조에게 쏟아진 찬사...하지만 처음에는 아니었다.


인사이트뉴스1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자연히 팬들은 '득점왕' 황의조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에 없던 공격수"라거나 "믿을 수 없는 결정력", "원샷원킬" 등의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황의조는 팬들이 가장 '미워하는' 선수였다.


1992년생으로 올해 만 26세인 그는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한 팀당 단 3장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이기에 팬들의 관심은 높았다.


명단이 발표되자 팬들은 격한 불만을 토로했다. '취약 포지션'인 풀백이 아닌 공격수에 와일드카드를 썼다는 점, 그 공격수가 '황의조'라는 점은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됐다.


수위는 높았다. 비판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댓글도 수두룩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댓글들이 대회 시작 전 황의조와 김학범 감독을 흔들었다.


▲ 무너지지 않은 황의조. '실력'으로 증명하다.


인사이트뉴스1


그도 사람. 심지어 스물 여섯에 불과한 청년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럼에도 황의조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제가 잘하면 된다"며 불필요한 말을 아끼고 훈련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잘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냈다. 증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의 와일드카드'라는 평가까지 나오게 했다.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 자기 실력에 대한 믿음, 동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빚어낸 결과였다.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이자 비난은 어느새 찬사로 바뀌었고, '미운 오리 새끼'였던 황의조는 이제 '백조'가 돼 훨훨 날고 있다.


누구도 그의 날갯짓을 도와주지 않았다. 스스로 해낸 일이다.


▲ 황의조에 앞서 김영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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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그와 비슷한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영권이 바로 황의조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었다.


김영권은 지난 몇 년간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관중 소리가 시끄러워서 의사소통이 안 됐다"는 인터뷰는 여론을 최악으로 치닫게 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종종 저지르던 실수는 사라졌고, 수비진 리딩 능력과 투지는 더욱 강해졌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는 90분간 무실점을 이뤄낸 것도 모자라 결승골까지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빛영권'이라는 별명은 이제 대부분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 스스로 변화한 선수들, 그들은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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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와 김영권이 받았던 비판, 혹은 비난의 수위는 보통 정신력으로는 견디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려움을 딛고 팬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지금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자신을 믿었기에, 노력하고 변화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무너지기보단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두 선수는 '프로'였다.


이처럼 선수는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팬들 역시 과한 비난이나 칭찬이 선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비난, 혹은 섣부른 칭찬으로 잃어버린 유망주들은 어쩌면 더 큰 선수가 될 재능이었을지 모른다.


더 이상의 '냄비 근성'은 이제 안 된다. 황의조처럼 팬들도 성장해야 한다. 이제 선수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