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얼평 중독자들'에게 던진 '일침'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성형으로 콤플렉스이던 얼굴을 싹 바꾸고 새롭게 시작한 대학생활. 그런데 중학교 때 나를 괴롭혔던 남학생을 다시 만났다"

주점에서 중학교 때 자신을 괴롭히던 동창생 박용철을 만난 강미래. 박용철은 친구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과거 미래를 불렀던 별명 '강오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으며 "너 좀 예뻐졌다고 뭐라도 된 거 같냐"고 미래를 향해 폭언을 일삼는다.

웹툰 원작 드라마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 등장하는 이 같은 내용은 아프지만 현실적이다.

오직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비난'하기까지 하는 용철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현대 사회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통념일 거라는 생각과 달리, 놀랍게도 외모지상주의는 고대 때부터 지속돼 왔다.

실제 고대에 외모는 곧 계급을 상징하기도 할 만큼 연관이 깊었다. 고구려 고분벽화나 이집트 피라미드의 벽화만 봐도 귀족은 평민보다 훨씬 크고 잘생겼다.

소설 '삼국지연'에는 삼국지 방통이 생김새가 추해 작은 고을에 내쳐져있다 유비에 의해 중용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나은 외모에 호감을 가지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문제는 외모지상주의 자체가 아니라 사회통념을 넘어서는 극단 주의자들에게 있다.

대학내일의 한 설문조사 역시 일부 극단적 외모지상주의자들의 행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형수술 동기는 성별을 막론하고 대부분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됐다.

여성의 경우 '타인의 외모 부러움'(44.5%), '외모 차별'(19.0%), '주변의 권유'(15.6%)가 성형 동기 1, 2, 3위로 꼽혔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속 강미래를 중학교 시절 내내 괴롭게 했던 동창생 박용철을 비롯한 친구들은 현실에서 성형을 종용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용철을 비롯한 이들은 미래를 '괴물'이나 '오크'로 부르며 개성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외모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폭언을 일삼는 극단주의자들이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에게 돌아갔다.

비난에 못 이긴 미래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부정'하는 극단적 외모지상주의자들 때문에 자살 시도까지 한끝에,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성형'을 했다.

그렇다면 성형수술을 통해 예전 얼굴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강미래는 행복할까.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극중 그는 수술한 티가 많이 나서 '강남미인'으로 불리고, 자연 미인 앞에만 서면 자기도 모르게 위축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래는 성형 후에도 외모 때문에 늘 긴장하고 좌절하며 생활한다.

성형 후에도 여전히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강미래를 통해 우리 사회 극단적 외모지상주의자들이 가지는 '품평'과 '편견'의 시선을 마주하게 한다.

타인의 외향을 평가하고, 이를 공격의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낸다.

미래는 극단적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쓴 피해자로 등장해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