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아파트 가격 폭등하자 '여의도·용산 개발' 철회한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헛발질'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인사이트좌측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아파트, 문재인 대통령 / (좌) Instagram 'i_wonsoon_u', (중)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그래서 살 집은 구했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에 결혼하는 기자가 최근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답할까. "아직입니다. 너무 비싸서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밖에 하지 못한다.


직장이 서울에 있고, 출근 시간이 빠른 터라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섣불리 외곽에서 집을 구하면 '출근 지옥'에 빠져 지각이 잦고 퇴근도 늦어지기 십상이라서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부동산을 직접 찾아 서울 이곳저곳을 알아봤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당연하게도(?) '아파트'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인사이트 / 사진=정효경 기자 hyokyung@


지하철역에서 13분 정도는 걸어가야 하고, 방은 딱 2개인 전세 빌라를 보고 "여기 계약하고 싶은데 얼마예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2억 4천만원이요"였다.


덜컥하는 마음에 왜 그리 비싼 것인지 물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정부 바뀌고 올해 초부터 올랐어요"라고 말했다. 사장님의 말투에서 당연한걸 왜 모르냐는 늬앙스가 묻어났다.


결혼식 날짜가 아직 멀어 부동산 뉴스는 보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 확실히 잡겠다"는 정부 공언을 믿었던 터라 가격이 오를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몰랐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직후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강도 높은 규제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이 "나올 수 있는 규제가 초장에 다 나왔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전방위적인 규제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잠시간' 잡는 데 성공했다. 2013년 8월 이후 연일 오르던 집값이 75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나 하락은 '잠시'였다. 나올 규제는 다 나왔다고 생각한 시장은 5월부터 다시 상승 모드를 보였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값은 18.6% 상승했다.


이는 전국 상승률 8.3%의 정확히 2배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보유한 고급 아파트 가격이 연일 상승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민들은 집 구하기를 주저했다. 가뜩이나 비싼 집값이 연일 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인사이트사진 제공 = 청와대


그러던 지난달 초 서울 집값이 갑자기 들썩이기 시작했다. 상승 모드를 나타내기는 했어도 급격하지는 않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 없는 상승이 아니었다. 급격한 상승은 3선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원인이었다. 그는 7월 8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겠다"라고 천명했다. 이를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으로 명명했다.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말했다는 것은 '선언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2004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의 '드레스덴 선언' 그리고 2017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처럼 '싱가포르 선언'으로 명명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이트Facebook '박원순'


사람들은 이를 두고 박원순 시장이 '대권'을 꿈꾸고 있다고 반응했다. 여의도를 재개발해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봤다.


'싱가포르 선언' 뒤 집값은 크게 상승했다. 후폭풍으로 '경매시장'도 들썩였다. 7월 17일 서울 용산에서 진행된 용산구 한 지역의 주택 경매에 105명이 응찰하면서 올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서울 부동산에 응찰자가 100명 넘게 몰린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박 시장의 이 계획은 정부 부동산 관리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서울 집값의 급격한 상승은 정부에도 타격이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못 박았다.


이후 박 시장은 "전체 (개발) 플랜을 잘 만들자는 뜻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발을 뺀 것이다. 그러나 계획 철회는 아니었기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서울시 부동산값은 계속 치솟았다. 그러자 각 곳에서 박 시장의 발언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악화 일로를 걷는 부동산 상황에서 박 시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였다.


인사이트Instagram 'i_wonsoon_u'


'철회'.


지난달 26일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사업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제가 강조한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이미 이전에도 발표한 내용이고 추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었다고 변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 계획이 과거의 재개발 관점으로 해석되고 관련 기사가 확산됐다"며 잘못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대권' 후보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와 박 시장의 헛발질로 서민들은 집을 구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인사이트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앞서 박 시장은 "서울 정책은 서울시장의 권한"이라며 비판을 일축했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겠다. 권한을 사용했으니, 그 권한으로 인한 결과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모든 권한에는 그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서울시장으로의 무리한 정책 실패를 어떻게 책임질 텐가. 과거부터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어왔다.


과거의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박 시장은 '영원한 서울시장'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