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치매' 전두환, 방금 전 한 말도 기억 못한다"

광주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투병'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

인사이트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오늘(27일) 광주에서 재판을 받기로 예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


그 사유로 '알츠하이머 투병'을 들었는데,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방금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며 병증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6일 이순자씨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 전 전 대통령이 2014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공판 출석이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사이트뉴스1


그는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근간에는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방금 전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만큼 전 전 대통령의 치매 증상이 심각하다는 것.


그러면서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욱 기대할 수 없다"며 불출석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기 원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이번 입장문을 통해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발병이 옥중 단식과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군사 반란 등의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그는 '정치탄압'이라며 단식 투쟁에 나섰고 28일 만에 중단됐다. 이씨는 "당시 주치의가 뇌세포 손상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2013년 검찰이 (미납추징금 환수수사를 위한) 자택 압수수색을 벌이고 일가친척의 재산을 압류하는 소동을 겪으면서 기억상실증을 앓았는데, 그 일이 있은 뒤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5.18 민주유공자유족회


결국 이같은 이유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을 재판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재판 하루 전 들려온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 소식에 조 전 신부 유족과 5월 단체, 여러 시민단체는 "5·18 유족을 두 번 울리고, 광주시민을 우롱했다"며 분노했다.


정춘식 5·18 유족회장은 "전두환이 재판에 참석했다고 했을 때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살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광주에 와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사이트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발병 시기와 관련, 5년 전부터 투병했는데 어떻게 지난해 '전두환 회고록'을 발간할 수 있냐며 '거짓 투병'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오늘 오후 2시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한다.


법정에서는 실제 헬기 사격이 가해졌는지, 아울러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해 사자 명예훼손에 대한 혐의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