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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재혼으로 생긴 의붓오빠를 '짝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의붓오빠와 사랑에 빠진 18살 여고생이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18살 여고생이 짝사랑을 시작했다.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나는 상대방은 여고생에게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


부모의 재혼으로 생긴 의붓오빠였다. 새아빠의 아들인 대학생 오빠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는, 짙은 눈썹에 윤곽이 센 단정한 얼굴의 미남이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매력을 더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는 함께 테니스를 즐기곤 했다. 한창 뜀박질이 끝나고 운동화를 벗어 맨발로 걷는 여동생에게 의붓오빠는 "발바닥에 징을 박아 줄까" 농담을 건네며 어린아이 대하듯 굴었다.


열여덟과 스물둘. 이미 다 자라 만난 두 사람이지만 이렇듯 오빠는 새로 생긴 동생을 어린아이로만 보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동생은 그를 오빠라고 도저히 부를 수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생소해서였고 나중에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재혼한 부모님의 행복에 기쁘면서도, 가족이 된 오빠에게 남모를 감정을 품고 만 여고생. 동생은 오빠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대학생 청년이 여고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연애편지를 보낸 뒤 집 앞에 찾아왔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 여고생의 눈앞에는 뜻밖에도 오빠가 서 있었다. 몹시 화를 낸 얼굴을 하고서.


한발 한발 다가와, 동생의 얼굴이 그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이 선 오빠는 묻는다.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별안간 그의 팔이 들리더니 여고생의 뺨에서 찰싹 소리가 났다. 화끈하고 불이 일었지만, 여고생의 가슴은 부풀어 오르는 기쁨으로 터질 것 같았다.


오빠가 그처럼 자기를 잃은 까닭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윤리에 어긋나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끝이 날까. 사실 이는 강신재 작가의 단편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줄거리다.


극적인 줄거리를 전개하기보다는 사랑이 시작되는 풋풋한 감성을 묘사하는 데 집중해 읽는 이의 가슴을 함께 뛰게 하는 이 소설은 60여 년 전인 1960년 발표됐다.


오늘날 읽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세련된 문장 덕분에 이미 알 만한 이들 사이에서는 명작으로 꼽힌다.


제목인 '젊은 느티나무'의 뜻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직접 작품을 확인해보자. 살짝 맛보기로 알려준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나무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