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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CJ 이재현 회장에게 '신장 이식'해준 아내 김희재 여사의 러브스토리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지난 2013년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부인 김희재 여사가 신장 이식 수술을 위해 나란히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인사이트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부인 김희재 여사 / 사진제공 = CJ그룹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내가 건강한 체질이어서 신장 이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닥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지난 2013년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부인 김희재 여사가 나란히 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하루하루가 다르게 고통받는 남편 이재현 회장에게 '신장 이식'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만성 신부전증'이란 만성 사구체신염, 당뇨병성 신증, 고혈압성 신경화증 등과 같은 여러가지 신장 질환 때문에 신장이 손상되거나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 질병을 말한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 말기에다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CMT)'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을 앓고 있어 건강이 그야말로 최악인 상황이었다.


인사이트2014년 당시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구급차에 오르는 이재현 회장 / 뉴스1


법원에서도 횡령 등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 회장에게 '신장 이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3개월간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내렸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매우 위중했다.


부인 김희재 여사는 아픈 남편 이재현 회장을 위해 '신장 이식'해주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5시간의 긴 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당시 이식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던 부인 김희재 여사는 한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떤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하게 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아내, 엄마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남자, 남편과 아들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두 남자는 이재현 회장과 아들 이선호 씨를 말한다. 처음에는 아들 이선호 씨가 신장 기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도 아들 이선호 씨의 신장 이식 적합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인사이트1984년 결혼식 후 떠난 신혼여행 당시 찍은 사진 / 사진제공 = CJ그룹 


하지만 아들 이선호 씨 대신 엄마이자 부인 김희재 여사가 수술대 위에 누웠다.


이재현 회장이 앓고 있는 '만성 신부전증' 원인인 사구체염은 가족력이 있기 쉬운 질병이기 때문에 아들 이선호 씨의 향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픈 남편 이재현 회장을 위해 신장 이식 수술을 자처한 김희재 여사의 모습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고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재현 회장과 김희재 여사는 대학 시절 미팅으로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느 연인들처럼 꽁냥꽁냥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1984년 결혼에 골인했다. 올해로 결혼한지 34년차에 접어든 잉꼬부부다.


인사이트이재현 회장과 부인 김희재 여사의 신혼시절 모습 / 사진제공 = CJ그룹


물론 이재현 회장이 재벌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이재현 회장은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자 삼성가(家)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故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아들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촌지간인 셈이다. 반면 부인 김희재 여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출신으로 평범한 집안의 딸이었다.


그렇다고 '재벌가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196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그렇게 부부가 됐다.


이재현 회장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이 아닌 씨티은행에서 평사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재벌가 자제답지 않은 행보였다.


인사이트아이들과 함께 그네를 타고 있는 이재현 회장 모습 / 사진제공 = CJ그룹


이후 이재현 회장은 할아버지 故 이병철 회장의 부름을 받아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손자'보다는 '이재현'으로서 당당히 인정받고 싶었다.


제일제당 신입사원 연수에서도 동기들에게 자신이 故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을 정도였다.


실제 이재현 회장은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당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실력으로 인정받길 그 누구보다 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 과장에 승진했을 때 굉장히 좋아했는데, 조직 내에서 책임이 없는 자리를 줬다. '책임을 지는 일을 해서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는 임원의 조치였다. '나도 과장인데 왜 일을 시켜주지 않냐'고 1년 동안 싸운 끝에 결국 책임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평사원으로 시작한 이재현 회장은 그렇게 대리와 과장, 부장, 상무, 부사장 등을 거쳐 오늘날 CJ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인사이트이재현 회장의 가족사진 / 사진제공 =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 직전에 故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CJ가 1993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하고 독립 경영을 선언하면서 제일제당으로 다시 돌아갔다.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이재현 회장은 CJ의 혁신을 주도했다. 먼저 이재현 회장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천억원의 규모) 투자를 단행시켰다.


이는 단순히 설탕과 밀가루 등 식료품 제조업이었던 CJ를 국내 최대의 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토대를 만들어냈다.


CJ그룹은 이후 CJ E&M과 CJ CGV를 설립하면서 문화기업으로 도약했고 CJ올리브네트웍스, CJ오쇼핑, CJ대한통운, CJ건설,CJ헬로 등을 차례로 인수 및 설립해 현재의 CJ그룹이 됐다.


오늘날 CJ그룹이 있는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이재현 회장의 경영 리더십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34년 이상 그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김희재 여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인사이트CJ그룹의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함께 참석한 이재현 회장과 김희재 여사 / 사진제공 = CJ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