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에도 '대기업 자리 물림' 계속했다

인사이트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삼성, LG, SK, GS 등 국내 5대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를 위한 '전용 보직'을 마련해두고 이 자리를 대물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6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고도 이 같은 관행이 바뀌지 않아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감시해야 할 공정위가 오히려 '불법'을 일삼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카드와 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LG경영개발원, GS리테일 등 5곳에서 회사 상임 또는 비상임 감사로 공정위 퇴직자들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 퇴직자들은 고문 자리에서 물러나면 후임자에게 같은 자리를 물려주는 방식으로 재취업을 대물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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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대기업 재취업 대물림은 김상조 위원장 취임(2017년 6월)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공정위에서 퇴직한 4급 이모 과장은 5월 SK하이닉스의 고문으로 채용됐다. 이 과장이 옮겨간 자리의 전임자 역시 공정위 4급 출신이었다.


삼성카드의 경우 2010년 6월 대구사무소장 출신으로 명퇴한 4급 직원을 상근 고문으로 채용한 후 5년 뒤인 2015년 8월 서울사무소 제조하도급과장으로 명퇴한 4급 직원을 후임자로 채용했다.


LG경영개발원과 기아차, GS리테일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취업 대물림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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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퇴직자 중 재취업을 원하는 4급 이상의 간부들은 의무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심사가 쓸데없는 '형식적인 심사'라고 지적한다. 지난 10년 동안 4급 이상 퇴직자 47명 중 취업 불가 판정을 받은 건 6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


재취업에 성공한 공정위 퇴직자들의 연봉은 2억원 선으로 연봉과 임기 등에 따라 3급은 3급끼리, 4급은 4급끼리 자리를 이어받았다.


또 재취업한 기업이 불공정 거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으면 공정위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 방안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이 사실상 공정위 로비 수단으로 공정위 퇴직자들을 활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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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공정위 퇴직자들의 대기업 재취업 대물림은 대기업들이 공정위 퇴직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김 위원장이 퇴직자 재취업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재취업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공정위가 왜 공정위가 아니고 불공정거래위원회가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며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정위가 아니라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정위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재찬 전 공정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퇴직 간부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업무 방해)로 지난 30일 구속됐다. 공정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출신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사이트정재찬 전 공정위 위원장(좌)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우) / 뉴스1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 등은 공정위 재직 당시 운영지원과를 통해 4급 이상 퇴직 예정 공무원 명단을 만들고, 대기업을 상대로 이들을 고문 등으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


검찰은 정 전 위원장 등의 취업 청탁이 사실상 대기업에 강요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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