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장을 건네지 못해 퇴근 못하는 72세 전단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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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시선'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미장원 할인권이에요, 고마워요"


한 손에 전단지 수십장을 움켜쥐고 오늘도 낯선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손을 내미는 그는 72살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이다.


지난 5일 방송된 EBS 다큐시선 '서러워 말아요, 젊은 그대' 편에서는 폭염 속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한 여성의 삶을 전했다.


일흔 하고도 두 해를 더 보낸 유영자씨는 전단지를 돌릴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시선과 단호한 거절에 익숙하다.


어쩌다 사람들이 전단지를 받아주면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빠서, 쓰레기 만드는 게 싫어서, 필요 없어서 등 여러 이유로 영자씨가 건네는 전단지를 마다한다.


물론 휙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섭섭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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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씨는 보통 한 자리에서 500장에서 700장 정도의 전단지를 돌린다.


보통 2시간이면 끝나지만 전단지를 줄 때마다 설명하고 건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장이라도 더 빨리 돌려야 일을 끝낼 수 있는데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을 볼 때면 더욱 마음이 어려워진다. 영자씨도 사람들이 싫어하고 불편해한다는 걸 안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 나이 든 사람이 주는 전단지라 시민들이 좀 더 잘 받아준다는 점이다.


어느덧 노하우도 생겼다. 옆에 멀뚱히 서서 건네면 받지 않는다. 앞에다 내밀고 인사도 하고 말을 해야 사람들이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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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보면 사소한 행동에 상처받는 일도 잦다. 마치 영자씨 보라는 듯 받자마자 바닥에 던져버리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면 다시 영자씨가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를 줍는다.


가끔 신고하지 않은 전단지를 돌리다 단속반에 걸려 벌금을 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생계 수단인지라 영자씨는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오후 4시,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에 첫 번째 전단지를 모두 소진했다. 이제는 자리를 옮겨 다른 매장의 전단지를 돌려야 한다.


이렇게 하루에 세 군데 정도는 다녀야 어느 정도 밥벌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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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봉투 한가득 담아온 전단지를 모두 나눠주고 퇴근하려던 찰나, 봉투 안에서 아직 못다 한 전단지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그냥 지나칠 법도 하지만 영자씨는 기어코 마지막 한 장을 꺼내 사람들에게 내민다.


그런데 그 1장을 손에서 털기가 참으로 어렵다. 딱 이것 한 장만 돌리면 끝인데 싶어 영자씨 마음이 조급해진다.


드디어 지나가던 시민이 영자씨 손에 들린 전단지를 받았다. 그제야 영자씨는 미지근한 생수로 목을 축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스스로에게 "오늘 많이 했다"고 토닥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72살 전단지 아르바이트생 유영자씨의 고단한 일상이 끝났다.


그는 다시 평범한 할머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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