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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없이 전역하기"...'헬기 추락사'한 해병대원 수첩에 적힌 소망

사고 없이 해병대 전역하기라고 소망을 적어 뒀던 박재우 병장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김천 기자 = 투박한 수첩 하나가 손에 쥐어졌다. 고단한 군 생활 속에서도 짬을 내 꾹꾹 눌러썼을 아들의 수첩.


아들의 손때 묻은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이내 쏟아내고 말았다.


'72. 해병대 전역하기(사고 없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던 아들이 적어뒀던 작은 소원이다.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인사이트뉴스1


지난 22일 경북 포항 합동분향소에서 순직한 故 박재우 병장(20)의 유품이 유족에게 인계됐다.


의류 몇 벌 들어있는 가방과 작은 나무 상자, 그리고 아들의 추억이 적혀있는 수첩이 전부다.


유족에게 건네진 수첩에는 박 병장의 소망 82가지가 적혀 있었다.


그가 적어둔 71번째 목표는 '헬기 타보기'다. 'V' 표시가 돼 있었다. 소원을 이뤘다는 표시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목록인 '사고 없이 해병대 전역하기'에는 'V'가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인사이트뉴스1


박 병장의 아버지 박영호 씨는 "재우가 하고 싶었던 일들 중 71번째가 헬기를 타는 것이었고 다음 72번이 해병대 사고 없이 전역하기"였다면서 "사고 없이 전역하는 게 목표라고 해놓고 이렇게 돌아오면 어쩌란 말이냐"며 오열했다.


박 병장의 친할아버지는 '우리 애 살려내라. 늙은이인 나를 죽여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눈물을 쏟다가 주저앉았다.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앞서 박 병장은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에 탑승했다가 10여m 상공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 사고로 박 병장을 비롯한 5명의 해병대원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순직 장병은 故 김정일 대령, 故 노동환 중령, 故 김진화 상사, 故 김세영 중사, 故 박재우 병장이다.


이들의 합동 영결식은 오늘(23일) 해병대장으로 진행됐다.


인사이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