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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떳떳하다"고 주장하는 친일파 중 유일하게 잘못을 인정한 친일 소설가

해방 후 친일파들이 자신의 친일 행적을 감추거나 부인할 때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 소설가가 있다.

인사이트(좌) 채만식, (우) 채만식 소설 '레디메이드인생' / 한국학중앙연구원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그러하여야만 조선 사람으로서의 '닛본징(일본인)'인 도리를 다함이려니와 동시에 '닛본징'으로서의 조선 사람이 진정한 행복도 누리게 될 것이다"


소설 '탁류', '레디메이드인생'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채만식이 지난 1942년 매일신보에 연재했던 '아름다운 새벽'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그는 소설을 통해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그것을 이상적인 모습인 것처럼 묘사했다.


그렇다. 그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친일파'였다.


조선 사람은 응당 일본인으로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주창하던 채만식. 어느 날 그에게 위기가 찾아오니, 다름 아닌 1945년 맞이한 '광복'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암살'


광복 후 그의 행적은 다른 친일파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당시 대부분의 친일파는 자신의 친일행적을 부인하거나 '일본의 압박', '경제적 어려움' 등을 명분 혹은 핑계로 내세우며 친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파 중 한 명이었던 채만식은 '민족의 죄인'이란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동주'


그렇다면 이 작품을 한 번 살펴보자.


'민족의 죄인'의 주인공 김 군은 친일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펼치고 다녔다.


그러던 중, 1945년 4월 해방의 기운이 감돌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김 군의 이런 모습은 채만식과 닮아 있었다. 쉽게 말하면 채만식은 작품 속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했다. 


친일을 설파하던 남성, 그리고 광복이라는 거대한 햇살 앞에 처량하게 놓인 남성. 채만식은 주인공 김 군을 통해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한 때 '대세'만을 따라 요령껏 살았던 김 군, 아니 채만식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친일행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씻어도 깎아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죄의 표지'였다"라고.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군함도'


물론 채만식이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고 해도, 그의 친일 행적이 지워지거나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의 죄인'에서 '민족의 우상'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의 빼어난 글솜씨가 주는 무자비한 정당성 때문에 누군가는 노동 현장으로, 또 누군가는 전쟁터로 끌려가 피 흘리며 죽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똑같이 수많은 조선인의 피를 침략국의 제물로 바친 친일파들은 어떤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죄를 숨기고 감추면서 아직도 부와 명예를 누리는 자들도 있다.  


'민족의 죄인' 채만식이 태어난 116년 전 오늘(21일), 그가 보여준 뉘우침과 반성이 우리에게 조금은 다른 시선을 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