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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상상력과 유머감각으로 '삶의 비극' 생생하게 풀어낸 소설

단단한 필력을 바탕으로 한 놀라운 설득력으로 허구를 사실처럼 느끼게 하는 박형서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발표됐다.

인사이트문학동네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읽다 보면 정말 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실체적 상상력'으로 독자를 새로운 세상에 데려다주는 작가가 있다.


지난 11일 문학동네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소설가 박형서의 신작 단편집 '낭만주의'를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편집에는 작가가 2014년 여름부터 2017년 봄 사이에 쓴 소설 총 6편이 담겨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빅 피쉬'


각각의 단편에는 이전에 어느 곳에서도 만난 적 없는 새로운 세계들이 각각 똬리를 틀고 있다.


소설 집필에 참견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개기일식), 삶을 지루해 하던 여자가 던진 불씨에 타오르는 미국(권태), 유전자 조작으로 멸종을 앞두고 있는 닭(시간의 입장에서), 몸만 커진 난쟁이가 느끼는 슬픔(키 큰 난쟁이), 아내가 바다에 빠져 지구상의 바다를 날려버릴 계획을 세우는 남자(외톨이), 문명의 발생을 연구하던 과학자가 미시 우주계의 신이 되는 이야기(거기 있나요) 등.


작가가 만들어낸 생소한 설정들은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독자에게 '진짜 세계'로 다가온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기발한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두 단단한 인과관계로 짜여 있다. 그리하여 작가는 이야기일 뿐인 허구를 우리가 실제 삶에서 겪을 법한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허나 다소 슬픈 점은 작가의 상상력이 모두 비극적 세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으면 독자는 책에서 읽은 2차원 세상의 비극을 상상 속에서 생생한 3차원 세계로 느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소설 안에 비극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된다. 작가는 그 점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