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사한 사실 자꾸 까먹어 옛날 집주소로 밑반찬 보내는 '치매' 엄마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엄마의 공책'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병이 기억을 훔쳐 가는 와중에도 엄마는 떨어져 사는 딸을 위해 바리바리 밑반찬을 준비했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택배기사가 자신이 겪은 일화를 적은 글을 올려 20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인천광역시에서 7년째 택배 일을 하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몇 년간 한 단독주택에 배송을 해왔다. 젊은 여성 고객이 사는 집이었다.


그 고객이 사는 주소지에는 주로 반찬 등 식품이 많이 배송됐다. A씨가 배송을 하러 갈 때마다 여성 고객은 "짐이 무거워 죄송하다. 매번 감사하다"는 쪽지와 함께 음료수를 건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엄마의 공책'


그러던 어느 날 여성 고객은 "그동안 감사했다"며 결혼을 하게 돼 충청남도 천안으로 이사를 한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그 뒤로 고객을 잊고 지냈다는 A씨. 이상한 일은 작년 가을 즈음부터 벌어졌다. 여성 고객이 살았던 주택에 자꾸만 식품이 배송된 것. 받는 이의 이름을 보니 예전 그 여성 고객이었다.


몇 번이나 이런 일은 반복됐고, 그때마다 A씨는 여성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 간 새 주소로 다시 보내주었다.


그러다 이날, 또다시 여성 고객이 받을 식품이 인천 옛집으로 도착했다. 


A씨의 연락을 받은 여성 고객은 이번에는 "여름이니 음식이 상할 수도 있겠다"며 직접 천안에서 인천까지 택배를 받으러 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엄마의 공책'


인천에 도착해 자기 앞으로 온 택배 상자를 확인한 여성 고객은 참기름 한 병을 상자에서 꺼내 A씨에게 "이거라도 받아달라"며 건넸다. 


그러면서 여성 고객이 고백한 다음 이야기가 A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여성 고객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즉 치매를 앓고 있었다. 딸이 이사 갔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어머니는 갖가지 밑반찬을 한 뒤 매번 옛 주소로 택배를 보냈다.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딸을 생각해 뜨거운 불 앞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에게 차마 "새 주소로 보내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는 여성이었다.


여성 고객은 이같은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매번 죄송하다"고 눈물을 보였고, A씨는 그런 상대방에게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택배가 이곳으로 잘못 와도 천안으로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엄마의 공책'


참기름 한 병을 택배차 조수석에 두고 돌아오는 길, A씨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같이 울 뻔했다고 전했다.


A씨의 글은 게재된 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20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글 속 여성을 향해 따뜻한 위로와 함께 공감을 보냈다.


한평생 자식에 조건 없는 사랑을 보였던 엄마가 조금 빨리 어린아이가 됐다. 자식인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간 받았던 사랑을 갚아야 할 차례다.


병이 기억을 훔쳐 가는 와중에도 자식을 위해 바리바리 음식을 준비하곤 하는 엄마를 위해, 늦기 전에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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