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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지져 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상처받은 마음 토닥토닥 달래주는 시 5편

때로는 한마디 말 보다 짧은 시 한 편이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세상을 살면서 겪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업, 진로, 연인 관계, 부모님과의 사소한 다툼, 취업, 결혼 등.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은 더 큰 차원의 성장통을 겪기 마련이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가뿐히 넘어가지만 몇몇 사람들은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다.


유독 상처를 잘 받는 사람에게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럴 때 말 대신 한 편의 시를 적은 손편지를 건네주자.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짧은 시 한 편이 그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아래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할 시 5편을 소개한다.


1. 나는 돌덩이 - 웹툰 이태원 클라쓰 


인사이트웹툰 '이태원 클라쓰'


뜨겁게 지져봐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거세게 때려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


깊은 어둠에 가둬봐라

나는 홀로빛나는 돌덩이


부서지고 재가되고 썩어 버리는

섭리마저 거부하리


살아남은나

나는 다이아


유명웹툰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했던 시다.


볼품없던 돌덩어리에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거듭다는 과정을 기가 막히게 묘사했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2. 조용한 일 - 김사인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것이 고마운 것이다.


'시는 오랫동안 펄럭이는 깃발이다'


시를 두고 평론가들이 하는 말이다.


한 편의 좋은 시를 읽으면 여운이 오래간다는 말을 뜻한다.


김사인의 시 '조용한 일'을 읽으면 '오랫동안 펄럭이는 깃발'의 의미를 알 수 있다. 


3. 괜히 견디지 마세요 - 마종기


인사이트gettyimagesBank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 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시인 마종기는 직업이 2개다. 의사이면서 시인.


이과생은 문학과 거리가 멀다는 정설을 깨고 공감 가는 시를 써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4.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인사이트gettyimagesBank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이해인 수녀는 자연과 삶의 따뜻한 모습, 수도사로서의 바람 등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위로되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5. 눈물꽃 - 이해인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잘 울어야

눈물도

꽃이 됩니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를 위해 울 때


너무 오래 울지 말고

적당히 울 때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으로

감동하거나 안타까워서 울 때


허영심을 버리고

숨어서 울 때


죄를 뉘우치는 겸손으로

착하게 울 때


눈물은

진주를 닮은

하나의 꽃이 됩니다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강물꽃

눈물꽃이 됩니다


눈물을 소재로 쓴 이해인의 시다. 


글은 그 사람의 시선과 인격마저 담는다고 한다. 이해인 시인의 시를 보면 수녀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가 있다.


수녀님은 남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울어줄 수 있는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