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가 흔들렸다"…한국당의 오만이 빚어낸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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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구미 시민이 해냈습니다"


대구경북권 중에서도 가장 보수색이 짙은 구미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다.


지금껏 6번의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측 후보는 단 2번 출마했다. 그만큼 승산이 없는 지역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체육관에도 박정희 이름이 붙고, 박정희 기념 사업에 수천억을 쏟아붓는 구미시에서 민주당이라니.


유권자는 물론이고 당선자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철옹성인 줄 알았던 TK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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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13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전국 단위 선거였다.


여당에겐 지난 2년을 평가받는 자리였으며, 야당에겐 국민들의 정부 견제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


결과는 한국당의 참패였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겨우 2곳을 수성했다. 기초단체장 226곳 가운데 53곳, 국회의원 12석 중 1석을 얻었다.


표는 까봐야 안다며 자신하던 한국당은 충격적인 결과에 할말을 잃었다. 그나마 TK만은 지켜냈다는 말로 자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은 한국당의 표밭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면 한국당은 지킨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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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줄어든 표차가 이를 방증한다. 과거 60~70%, 심지어 80%를 넘어섰던 한국당 후보 지지율은 40~50%대로 폭삭 내려 앉았다.


반면 20%도 채 넘지 못했던 민주당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30%~40%가 훌쩍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구 동구청장의 한국당과 민주당 격차는 겨우 4%에 불과하다. 대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45명의 당선자를 냈다. 한국당 53명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경북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당이 우세하긴 했지만 지역구 시군의원 247명 중 민주당 후보가 38명 나왔고, 비례의원 27명 중에서도 12명이 당선됐다.


TK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인사이트지난해 2월 대구 중구 중앙로에서 열린 16차 시국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한 시민들/ 뉴스1


촛불 민심의 여파도 있지만 TK 시민들이 한국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10여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국 최악의 경기난이 가장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 제조업 취업자수는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달리고 있다.


실업률은 전국 평균 4.5%보다 높은 5.7%(올해 3월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자, 17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높다. 상황은 경북도 마찬가지.


지역 경제만큼은 반드시 살리겠다는 읍소에 믿고 뽑아줬는데 정작 TK 시민들이 받아든 건 최악의 경제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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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TK 시민들이 매를 꺼내 들었다.


젊은 샤이 진보들이 투표에 등판해 한국당을 심판했고, 충성심 강했던 지지자들도 이번 만큼은 봐줄 수 없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 모든 게 보수표를 당연시 여겼던 한국당의 오만이 빚어낸 결과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당은 지난 15일 "잘못했습니다"를 외치며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이번 책임을 떠넘기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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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줄 알았던 TK의 변심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잘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못하면' 안 뽑아준다는 '민심 공식'이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 


선거 직전 민주당은 드루킹 의혹, 당대표의 전략공천, 광역단체장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등 여러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많은 당선자를 낸 건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한국당을 심판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도 보수 세력의 지리멸렬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이번 선거 결과에 민주당이 한국당 못지않게 고개 숙여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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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반성과 혁신없이 제자리걸음만 한다면 민심은 따끔한 회초리를 다시금 꺼내 들 것이다. 그 회초리가 어디로 향할진 각 당에게 달렸다. 


맞기 전에 움직이자. 2년 뒤 열릴 총선에서 또 잘못했다며 무릎 꿇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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