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몰래 매장한 日 때문에 108년째 찾지 못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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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기념관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내가 죽거든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공원에 묻어뒀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달라"


사형 집행 전 두 동생에게 남긴 안중근 의사의 유언은 10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는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학 교수가 출연, 안 의사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했다.


서울 용산구의 위치한 '독립운동가의 성지' 효창공원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독립운동가 7명이 안장돼 있다.


그런데 이 중 비어있는 무덤 하나가 있다. 바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이다.


인사이트효창공원에 자리한 안중근 의사 가묘 / 뉴스1


1909년 안 의사는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고 '일사보국(一死報國, 목숨을 바쳐 나라에 보답한다)'을 맹세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다. 일본 경찰에 넘겨진 안 의사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이듬해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았고,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월배 교수에 따르면 당시 일본 감옥법 75조, 76조에는 시체와 유해의 교부에 대해선 사망자의 친척, 친구 등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교부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인사이트앞줄 왼쪽부터 유동하, 조도선, 우덕순, 안중근 의사 / 안중근 의사 기념관


이에 따라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정근과 안공근은 형이 남긴 유언을 지키기 위해 관동도독부 감옥을 찾아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돌려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제는 유해를 돌려주지 않았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묻힐 곳이 곧 '독립운동의 성지'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안 의사가 자신의 뼈를 묻어달라 한 곳은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 당한 하얼빈 공원 근처였다.


이러한 이유로 가와카미 총영사는 일본 외무성에 보고해 시체 인도를 막았고,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인사이트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를 저격하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 안중근 의사 기념관


현재 안 의사의 정확한 매장지를 알 수 있는 사료는 거의 없다. 다만 안 의사가 마지막까지 지냈던 뤼순감옥 공동묘지 야산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지난 2005~2007년 남북공동조사단에서 뤼순 현지 조사를 벌이긴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시신을 인도하지 않고 몰래 매장해버린 일본은 지금까지도 자료관, 연구소 등에 있는 안 의사 사형 관련 자료를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안 의사의 유해를 발굴하려면 일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사료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지 못한다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작업은 '맨땅에 헤딩'을 거듭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북한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 다행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가 풀리면서 피우진 보훈처장은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남북 중점 협력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의사 유해찾기에 힘써온 김월배 교수는 "남북한, 중국, 일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만큼 한·중·일 유해발굴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협력해야 한다"며 안 의사 유해발굴 작업을 간절히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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