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승하한 후 밥도 안 먹고 울다가 함께 하늘로 떠난 '왕의 고양이'

인사이트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1720년 음력 6월 8일, 조선의 제19대 왕 숙종이 승하했다.


궁궐은 임금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숙종의 계비인 인원왕후의 곡소리가 처마 끝을 스쳤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퍼하는 사람, 아니 동물이 있었다.


평생 숙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고양이 금손이였다. 금손이는 숙종이 승하한 후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사실 숙종은 소문난 애묘가였다. 요샛말로 내로라하는 '집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숙종의 성향을 아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사실이다.


정세가 어지러운 형국에 14세라는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게 된 숙종은 환국을 일으켜 왕권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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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환국 정치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숙종. 냉철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으로 강력한 왕권을 확립한 임금이었다.


그런 숙종의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유일한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아리따운 여인도 아니요, 갈색 털을 지닌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였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숙종이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성호사설에 따르면 숙종은 고양이에게 금손(金孫)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녀석을 곁에 두었다.


수라를 들 때도 금손이를 옆에 두고 고기를 직접 먹여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렇게 숙종은 금손이에게 애정을 듬뿍 주었다.


왕의 곤룡포에 털을 잔뜩 묻힌 동물, 아마 역사상 금손이가 유일할 것이다.


인사이트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하지만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숙종이 갑작스럽게 승하하게 됐다. 평생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도 슬픔에 사무쳤다.


이후 금손이는 이별의 슬픔 때문인지 밥도 먹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손이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숙종과 함께 세상을 떠났다. 인원왕후는 금손이에게 비단옷을 입혀 숙종의 묘인 명릉 근처에 묻어줄 것을 명했다.


금손이의 죽음을 추모한 시 '금묘가(金猫歌)'에는 숙종이 금손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


비빈들도 감히 고양이를 가까이하여 길들이지 못하는데


임금님 손으로 어루만져 주시며 고양이만 사랑하시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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