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헤어져 울고 싶을 때 본다"…누리꾼 마음 울린 박준 시인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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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매번 좋은 건 아니다.


아차 하는 사이 사소한 오해와 다툼, 섭섭함, 속상함 등이 쌓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사랑했더라도 이별하고 싶은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이고 실제 이별하는 경우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감정적인 마음에 휩쓸리면 섣부른 행동을 하기 쉽다.


남친 혹은 여친과 정말 헤어졌 때 마음을 담담히 정리해주는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어보자.


글을 담담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연인과 함께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가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인사이트tvN '내일 그대와'


1. 그해 행신


사람에게 미움받고.


시간에게 용서받았던.


2.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tvN '내일 그대와'


3. 꿈방


문밖까지 당신을 배웅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당신이 떨어뜨린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주우며 청소도 하려 한다.


그 긴 꿈에서 깨어나면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문득 커다란 허기를 느낄 수도 있겠다.


4. 마음의 폐허


그렇지만 이 마음의 폐허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믿음들을 쌓아올릴 것이다.


믿음은 밝고 분명한 것에서가 아니라 어둡고 흐릿한 것에서 탄생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밤이 가고 다시 아침이 온다. 마음속에 새로운 믿음의 자리를 만들어내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다.


인사이트tvN '내일 그대와'


5. 그해 인천


그해, 너의 앞에 서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입속에 내가 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6. 울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 꼭 울음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일부러 시작할 수도 없고 / 그치려 해도 잘 그쳐지지 않는.

인사이트tvN '내일 그대와'


7. 사랑의 시대- 타인의 밑줄


물론 소설을 읽지 않은 나는 논쟁의 한쪽 구석에서 '세상에 일류 연애도 있나?' 하는 물음을 가지며 턱이 아플 때까지 한치나 오징어 다리 같은 것을 씹어야 했다.


8.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인사이트tvN '내일 그대와'


9. 고아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10. 내 마음의 나이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11. 해


새로운 시대란 오래된 달력을 넘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보는 혹은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눈동자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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