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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 있는 어의에게 침 맞다가 '과다출혈'로 승하한 임금

조선 제17대 임금 효종은 어의에게 침을 맞던 도중 출혈이 멈추지 않아 목숨을 잃는 비극을 맞이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영화 '광해', (우) MBC '서프라이즈'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1619년 음력 5월 22일 태어난 효종(孝宗)은 조선 17번째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재위 기간은 1649년부터 1659년까지 약 10년. 효종은 41세가 되던 해에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인은 과다출혈. 과다출혈? 누군가 암살이라고 했단 말인가.


지금부터 효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당시 효종은 과로한 탓에 갖가지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특히나 얼굴에 생긴 '종기'가 말썽이었다. 좋은 약재로 달인 한약을 먹고 약을 발라도 소용없었다.


이에 효종은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침을 잘 놓기로 소문난 신가귀(申可貴)를 입궐하도록 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구암 허준'


무신 출신인 신가귀는 지방에 머물고 있다가 급하게 입궐을 명받고 부리나케 한양으로 향했다.


"종기의 독이 얼굴로 흘러내리면서 또 고름이 되려고 하고 있으니 반드시 침을 놓아 나쁜 피를 뽑아야 하옵니다"


신가귀는 침을 놓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의관(醫官)이었던 유후성(柳後聖)은 반대했다.


"전하, 가볍게 침을 맞아서는 위험하옵니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혈이라고 유후성은 판단했다.


하지만 효종은 신가귀를 신뢰했다. 과거에도 그에게 치료를 받았다가 효험을 본 적이 있기 때문.


결국 신가귀는 침을 놓았다. 침을 놓은 자리에서 피가 나오자 효종은 "신가귀가 아니었다면 병이 위태로울 뻔했다"고 그를 칭찬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마의'


상황은 급변했다. 조금씩 흘러나오던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곤룡포가 새빨갛게 물들 만큼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당황한 신가귀가 어떻게든 손 써보려 했지만 출혈은 계속됐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문신 송시열(宋時烈) 등 신하들이 급하게 뛰어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결국 효종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로 승하했다. 효종실록은 "신가귀가 효종의 혈맥을 잘못 건드렸기 때문이다" 라고 기록했다.


알고 보니 신가귀는 시침 당시 수전증을 앓고 있었다. 수전증은 말 그대로 손이 덜덜 떨이는 증상이다.


그 상태에서 용안에 침을 놓았으니, 게다가 임금이 승하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마의'


결국 신가귀는 그해 6월 10일 교수형에 처해져 생을 마감했다. 유명한 어의의 삶을 한순간에 비극으로 끝맺는 순간이었다.


이후 현종실록은 신가귀의 처형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죄인인 의관 신가귀를 교수형에 처하였다. 명령이 내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나, 거리낀 바가 있어 이때까지 끌어오다가 비로소 집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