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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눈을 가리고 게임 한 감동적인 이유

임요환은 한 스타크래프트 경기에서 눈을 가리고 미니맵을 보지 않은 채 일반인과 대결을 펼쳤다.

인사이트임요환 / instagram 'jessica_kimkayeon'


[인사이트] 최민주 기자 = '테란의 황제'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이상한 룰'이 적용된 특별한 경기를 한 적이 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황금기였던 2004년, 한 경기에서 임요환은 대결이 시작되고 3분간 '안대'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시간이 지나 안대를 벗은 후에도 그는 경기 내내 화면 한쪽에 뜨는 '미니맵'도 볼 수 없었다.


적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는 게임에서 치명적인 핸디캡을 부여받은 임요환과 겨룬 플레이어는 한 일반인. 


그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이민석 군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이민석 군이 스타크래프트의 세계에 빠져든 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0년이었다.


당시에도 스타크래프트는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였고 서울맹학교에 다니던 이군의 친구들도 게임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재밌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늘 게임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어지러운 화면을 눈으로 봐야하는 PC 게임을 시각장애인이 해내기는 어려웠지만 이군은 '스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부터 이군은 혼자 매일 3시간씩, 6개월동안 '점자'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과 유닛 지정 단축키를 전부 외우기 시작했다.


인사이트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또 유닛의 위치와 숫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소리'를 구별해 기억했다.


이군의 집념은 그가 소리만 듣고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는 심지어 일반인을 상대로 여러차례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크래프트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된 이군은 이후 또 한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북미 블리자드 본사의 권유로 프로 임요환과 스타 대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그렇게 임요환은 경기 초반 눈을 잠시 가리고 미니맵 없이 대결하는 등 이군의 실력과 상황을 조금 배려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임요환의 승리였지만 당시 게임을 관전하던 이들은 이군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의 접전이었다고 증언했다.


이군의 상대였던 임요환도 "사실 눈이 보이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 완전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며 이군의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e스포츠계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경기 후 이군은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몸이 불편한 이들이 게임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사이트게임 중계 중인 이민석 씨 / 이민석 페이스북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는 전국장애인 e스포츠 대회에서는 1천명이 넘는 장애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과거 이군이 그랬듯 열정을 뽐낸다.


앞을 보지 못하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선 이민석 군과 그런 그를 한 명의 게이머로서 존중하며 싸운 임요환.


짧지만 치열했던 경기는 오늘날 장애인들도 어엿한 e스포츠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